요나성당 윤병권 신부 "피서지 성당 쉬면서 기도하세요"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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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요나성당 앞에 서있는 윤병권 신부. 그는 자유스러운 옷차림이 관광 사목에 도움이 된다며 평소 반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보령=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충남 보령시 요나성당 앞에 서있는 윤병권 신부. 그는 자유스러운 옷차림이 관광 사목에 도움이 된다며 평소 반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보령=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 있는 요나성당은 찾기 쉽지 않다. 유명 콘도 바로 뒤에 있다고 해서 콘도 주변을 몇 차례 돌며 십자가를 찾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행인에게 물어보니 기자는 바로 성당 앞에 서 있다.

‘성당에 십자가가 없다?’고 생각하며 요나성당 주임 신부를 찾으니 반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기자를 맞는다.

“윤병권 신부입니다.”

요나성당은 천주교에서 유일하게 관광객을 상대로 사목을 하는 곳이다. 윤 신부는 1999년 부임해 성당 건물을 신축하고 사목을 시작했다.

연 1000만명이 찾는 대천해수욕장에서 천주교 신자들을 위해 매일 미사를 올린다. 보통 여름 성수기 때 주일미사 참가자가 300명이 넘는다. 이 중 지역 토박이 신자는 30∼40명.

그는 “휴가 때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며 “천주교 신자가 인구의 10%인 점을 감안하면 이곳을 찾는 신자가 100만명은 될 텐데 아직 미흡하다”고 말한다.

윤 신부의 관광 사목은 단순히 미사를 드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숙소, 관광지, 음식점 소개 등 그야말로 토털서비스를 한다. 요나성당엔 아예 여덟 가족과 100여명의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콘도형 숙박시설도 갖췄다. 또 성당 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영상 음향시설을 마련했고, 숙소에선 노래방 기계도 빌릴 수 있다. 숙박시설은 일반인도 묵을 수 있다.

“요나성당의 기본 개념은 자유입니다. 보통 천주교 ‘피정의 집’ 등은 꽉 짜인 프로그램을 따라야 하는데 이곳은 쉬러 온 곳이니만큼 모든 것이 자유스럽습니다.”

십자가가 없고 윤 신부의 복장이 반바지 차림인 것도 ‘자유스러움’이라는 컨셉트에 맞춘 것이다. 값싸고 맛있는 음식점은 윤 신부가 직접 찾아가 음식 맛을 보고 주인이 바가지 씌우지 않겠다고 다짐한 업체만 골라 소개한다.

요나성당 관광 사목의 또 다른 핵심은 수준 높은 문화공연.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인 코륜 아사트리안과 아코디언 연주자 그레고르 스토파를 초청해 2일 한 차례 공연을 가졌고 14일 한 번 더 공연한다. 독일에서 공연전시 기획을 하는 윤 신부의 동생 윤병일씨가 도와줘 유명 연주가들을 초빙한 것.

아사트리안은 색소폰계에선 10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신동으로 평가받고, 스토파도 세계 최고의 아코디언 주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은 미키 미에의 수제자다. 이 같은 공연은 봄 가을 겨울에도 한 번씩 열린다.

“성당 맞은편 야영장에 가보면 밤새 술 먹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국의 관광 문화는 먹고 마시고 노는 데 그치고 있죠.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쉬면서 평소 접하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하는 ‘휴식’의 개념이 전혀 없죠. 그래서 성당에서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보여주자고 생각했습니다.”

성당 안에는 성화나 성모상이 없다. 대신 성당 벽을 둘러가며 남미에서 활동하는 판화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더구나 종교적인 그림도 아니다.

요나성당을 찾은 6일은 마침 윤 신부의 사제서품 12주년이었다. 군종신부를 주로 했던 그에게 관광 사목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앞으로 주5일 근무가 활성화되면 휴양지 사목의 필요성이 늘어날 겁니다. 제가 개척해온 길이 하나의 사례로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041-934-7758

보령=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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