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연예토크]'빅마마'가 성공하기까지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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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무단 복제 탓에 가요계는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불황이다. 이 난관을 딛고 여성 4인조 그룹 ‘빅마마’가 일부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콘서트 전회가 매진되는 기록을 낳고 있다. 방송 출연을 자제하고 음반과 공연에 중점을 두는 ‘빅마마’의 성공 뒤엔 ‘서태지와아이들’ 출신 기획자 양현석이 있다. ‘빅마마’와 양현석을 만났다.

김성덕=‘빅마마’가 처음 TV에 나왔을 때 ‘저들로 어떻게 그룹을 만들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로는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양현석=노래는 안 되는데 춤과 미모로 밀어붙이는 미녀 그룹들을 보면 답답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외모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실력없는 가수들의 코러스로 전락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진짜 노래 잘하는 여자 4명으로 그룹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김=‘빅마마’ 뮤직비디오를 봤을 땐 처음에 등장하는 8등신 미녀들을 빅마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은 립싱크를 하고 있었고 나중에 나오는 4명이 빅마마였다. ‘속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속뜻이 있었다니….

양=외모지상주의에 반기를 들어보자는 전략이었는데 일단 시선을 끌었다.

김=지금이야 성공했으니까 ‘가요계 흐름을 냉철하게 분석했다’는 평을 듣겠지만 처음엔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양=힘든 정도가 아니었다. ‘기획이 아니라 사고쳤다’며 나를 이상한 놈 취급했다.

빅마마=제의받은 우리도 장난치는 줄 알았다.

김=참 아이러니다. 15년전 나와 송창의 PD가 ‘특종 TV연예’를 통해 ‘서태지와 아이들’을 데뷔시킨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날 이상한 놈으로 취급했다. 여담이나 난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시키면서 이상한 눈초리를 자주 받아 한동안 내가 정말 이상한 놈인 줄 알았다.

빅마마=우리도 고민 많았다. 처음에 양현석씨의 설명을 듣고 ‘그래, 우리도 노래는 자신 있으니 가수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모였는데 막상 모여 서로를 바라보니 ‘우리가 정말 되겠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양현석씨가 바로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김=가수 계약서?

빅마마=아니다. ‘성형수술하면 계약 위반’이라는 계약서.

김=와, 정말 웃기는 계약서다.

빅마마=우리도 속으로 되게 웃었다. 보통 가수 오디션 가면 “노래는 잘 하네. 얼굴 다 뜯어고치고 와. 네 돈으로….” 하는 식이었는데, 양씨는 “얼굴 고치거나 살 빼면 계약 위반”이라고 해 우리도 엄청나게 황당해 했다.

양=인기 좀 끌었다고 외모에나 신경 쓰면 노래로만 승부를 보려는 당초 내 기획이 달라질까봐 그랬다.

김=‘빅마마’가 노래는 잘 하는데 무대는 사실 촌스럽다. 춤도 없고….

빅마마=우리도 춤출 줄 안다. 단지 ‘한 마리 토끼만 잡겠다’는 뜻에서 노래만 하는데, 일부에서는 노래밖에 못하고 춤도 못 추고 심지어 애인도 없는 줄 안다. 이래뵈도 춤추면 죽인다. 애인도 있다.

김=빅마마와 같은 가수들이 성공해야 대중 음악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뀔 거다. 꼭 성공하길.

빅마마=이제 몸매와 얼굴은 가라. 다 가라. 자질만 충분하면 ‘뜬다’는 조짐들이 나오고 있다.박경림 조정린 정종철 김제동 같은 친구들이 그렇지 않은가.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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