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일대 개발…소극장 등 문화광장으로"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31분


코멘트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교구 차원에서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일대를 문화와 예술의 광장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대교구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 등에서 교구 소속 신부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명동성당 개발을 위한 사제 총회를 열었다. 그동안 명동성당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교구 소속 사제들이 공식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현재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등에 발맞춰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의 광장을 조성하며 이를 위해 교구 산하의 명동개발 특별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할 것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정웅모 신부는 “사제와 도시계획 및 건축 전문가들이 명동성당 일대의 개발과 보존을 위한 장단기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발표를 한 정의채 원로 신부는 “명동성당 앞 주차장을 없애고 계성여중고와 샬트르성 바오로수녀원 등의 이전이 바람직하다”며 “소극장 등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젊음의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의채 신부의 기조 발표 요약.

‘명동성당 없는 서울의 근대 도시화는 생각할 수 없다. 20세기초 명동성당은 서구사상, 특히 그 연원인 가톨릭 사상과 우리 민족의 만남의 장이었다.

또 군사독재 시절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의 데모 함성으로 명동성당은 날이 새고 날이 저물었다. 명동성당은 이 땅의 민주주의의 성지였으며 세계에도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옹호의 본산으로 알려졌다.

이제 명동성당 일대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문화 예술적으로 순화해 올바르고 생기발랄한 인간상 실현의 길로 이끌어줄 수 있는 광장 구실을 해야 한다.

베네치아의 성마르코 광장, 로마의 스페인광장,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 프라하 자유선언광장 등처럼 인류의 삶과 향기를 뿜어낸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조선호텔 앞 소공동을 통해 명동으로 이어지는 직행통로를 만들어 시청 광장에 집회를 마친 젊은이들이 명동성당으로 와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도록 하자.

또 현재 명동성당 앞 주차장도 없애 다른 용도로 바꾸고 수녀원과 계성 초중고도 강남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자.

명동성당의 상징성과 젊은이들의 행동양식을 고려한다면 단순한 쉼터 차원의 공원이 아니라 젊은이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극장, 중극장, 모임과 토론의 장소, 소박하고 아름다운 커피점과 다과점, 간이식당, 위락시설, 가톨릭 사상 연구소와 수련장소 등이 들어설 건물과 광장이 필요하다. 더 욕심을 내면 야외극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