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英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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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바지를 입은 남자 백조를 등장시킨 매튜 본 안무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사진제공 LG아트센터
깃털바지를 입은 남자 백조를 등장시킨 매튜 본 안무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사진제공 LG아트센터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본 사람이라면 엔딩 신의 강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어른이 된 빌리가 깃털이 달린 바지를 입고 무대에서 한껏 도약하는 장면. 이 신은 영국 안무가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장면이다. ‘남자 백조’를 등장시켜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20일 한국을 찾는다.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는 95년 영국에서 초연된 뒤 2년뒤 무대를 브로드웨이로 옮겼다. 비평가들의 절찬과 함께 99년 토니상 뮤지컬 부문 3개상(최고 연출가상, 최고 안무가상, 최고 디자인상)을 휩쓸며 화제를 뿌렸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작품 중 하나인 ‘백조의 호수’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순회공연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원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뒤 쉽고 대중적으로 풀어나간 작품이다.

매튜 본은 27세 때인 1987년, 공연단 AMP(Adventures in Motion Pictures)를 창단해 이를 통해 ‘백조의 호수’를 비롯, ‘호두까기 인형’ ‘카 맨’ 등 고전 작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는 음악만 차이코프스키의 것일 뿐, 우리가 알고 있는 ‘발레’ 백조의 호수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등장하는 백조들이 모두 근육질의 남자 무용수로 구성됐다는 점. 가냘픈 몸매의 발레리나가 하얀 튀튀를 입고 연기하는 백조를 생각하면 ‘충격’에 가깝다. 매튜 본은 “백조의 힘과 아름다움, 거대한 날개폭은 남성 무용수의 근육을 연상시켰다”며 "백조가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낚싯배를 공격하는 장면에서 백조의 공격성과 폭력성을 발견했다”고 남자 백조에 대해 설명한다.

주인공인 백조도 왕자가 구원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유약한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왕자가 소유하지 못한 힘과 아름다움, 자유를 가진존재로 표현된다. 엄격한 여왕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왕자는 자유로운 백조에게서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되고, 이 백조는 왕자가 사랑하고 동경하는 대상이자 보호자로 표현된다. 이런 백조를 남자로 설정한 탓에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때때로 ‘동성애’를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매튜 본 스스로는 이 작품을 “자신의 삶에서 사랑을 가질 수 없었던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배경은 1950년대 영국 왕실. 아들이 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라며 그에게 쌀쌀하게 대하는 여왕과 그 때문에 방황하는 왕자, 그리고 그를 사로잡은 신비한 백조에 초점을 맞췄다.

LG아트센터와 제미로가 공동 기획했다. 6월1일까지 LG아트센터. 화∼금요일 8시. 토요일 3시, 8시. 일요일 2시, 7시. 4만∼10만원. 02-2005-0114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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