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철교수의 性보고서]자신감, 비아그라 100알보다 낫다

  • 입력 2003년 5월 11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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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에 들어서면 남성들은 발기력과 사정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20, 30대에는 완전히 발기됐을 때 하늘을 쳐다보던 성기가 50대가 되면 발기가 최대로 되더라도 수평선 아래로 처지게 되니 ‘언제까지 가능할까’ 걱정되기 마련이다.

갱년기 이후 남성들은 편한 관계인 부인과는 문제가 없지만 혼외정사시에는 자신감 결여로 곧잘 발기 장애가 생긴다. 이른바 ‘낯가림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 한번의 장애로 실패하면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 다시는 바람을 피울 생각을 않기도 한다.

‘화이자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이 새로운 성 파트너를 만났을 때 자신의 성능력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가 40대에는 1.9%에 불과하나 50대가 되면 29.5%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우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40대는 1.9% 만이 자신의 성능력을 걱정하지만 50대는 68.9%가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초반의 L씨는 상처(喪妻)하고 1년이 지난 뒤 주위의 소개로 50대 초반의 여성을 만났다. 첫 만남부터 호감이 갔는데 세 번째 만나던 날 여성으로부터 “자고 가자”는 제의를 받았다.

L씨는 전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여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부인이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2년과 상처 후 1년 동안 L씨는 성생활을 할 수 없었으니 자신의 성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제의를 받고 남성이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요구에 응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나버렸다. 부끄럽고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너무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는 여성의 위로가 자신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다음부터 그 여성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도 L씨는 피할 수밖에 없었다.

노신사들이 비아그라를 마치 ‘비밀병기’처럼 지니고 다니는 것은 어떻게 한번 정사를 벌여보겠다는 의도보다는 예기치 않은 경우가 생기더라도 대비책이 있다는 안도감을 갖기 위한 건 아닐까.

김세철 중앙대 의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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