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코리아 패션월드' 참가, 세계적 모델 프랭키 라이더

  • 입력 2003년 3월 27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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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눈동자, 금색과 갈색이 적당히 섞인 긴 머리를 가진 프랭키 라이더. 샤넬의 터틀넥 니트를 입고 있다.사진제공 씨아이엔터테인먼트
초록색 눈동자, 금색과 갈색이 적당히 섞인 긴 머리를 가진 프랭키 라이더. 샤넬의 터틀넥 니트를 입고 있다.사진제공 씨아이엔터테인먼트
《세계적인 톱 모델 프랭키 라이더(26)를 26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라이더는 25∼26일 이 호텔에서 열린 씨아이엔터테인먼트 주최 ‘제2회 코리아 패션월드’에 참가했다. 쇼 기간에 라이더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드레스를 비롯해 부르다문 클라라윤 앤클라인 등 국내 유명 여성복 브랜드의 옷을 입었다. 28, 29일에도 계속되는 이 행사에는 ‘원로 모델’ 나오미 캠벨도 참가한다.》

● ‘엉클 칼’과의 인연

라이더는 최근 몇 년간 마크 제이콥스, 펜디, 구치, 로베르토 카발리, 미소니 등 주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모델전문 사이트 ‘모델스 닷컴’(models.com) 이 개런티, 대중적 인지도 등으로 집계한 순위로는 현재 8위. 하지만 랭킹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캐롤리나 쿠르코바, 카르멘 카스와 쇼 1회당 받는 개런티는 같은 수준이다. 라이더는 이번 ‘패션월드’에서 이틀 동안 다섯 번 쇼에 서는 대가로18만달러(약 2억2300만원)의 개런티를 챙겼다. 이는 ‘제1회 코리아 패션월드’에 초청된 쿠르코바, 카스와 같은 가격.

바쁜 일정을 쪼개 아침식사 시간에 만난 라이더는 청바지에 검은색 터틀넥의 캐주얼한 차림이었지만 어딘가 통일성이 있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오닉스 귀고리, 클래식한 검은 백, 체인형 벨트, 가는 스트랩이 발등 부분에 달린 메리제인슈즈까지 모두 샤넬 제품이었다.

프랭키 라이더가 2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패션월드’ 에서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하늘색 애프터눈드레스를 입고 무대로 걸어 나오고 있다. 라이더는 특히 쭉 뻗은 다리선이 아름다운 모델로 꼽힌다.사진제공 씨아이엔터테인먼트

“‘엉클 칼’(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애칭)과는 오래전부터 친한 사이였지만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건 3년 전이에요. 그가 직접 ‘코소보전쟁을 소재로 패션 사진을 찍는데 모델로 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걸어왔죠.”

‘거물’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라이더는 지난해 여름부터 샤넬의 패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모델들에게 옷을 거저 주지 않기로 유명한 라거펠트에게 많은 ‘특혜’를 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엉클 칼’은 한마디로 ‘멈추지 않는 천재’예요. 책을 만들든지 사진 작품을 구상하든지, 이벤트를 기획하든지 반드시 무언가를 하고 있지요. (휴가 기간을 철저히 지키는) 프랑스에 살면서도 한 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 “패션 실험에 기꺼이 동참한다”

라이더는 2003, 2004년 가을·겨울을 대비한 뉴욕, 밀라노, 파리 컬렉션을 이제 막 마쳤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디올의 수석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의 쇼. 갈리아노는 본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총책임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갈리아노는 최근 몇 번의 컬렉션에서 모델들에게 일본의 가부키나 중국의 경극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화장에 부분적으로 고무로 만든 가면까지 씌웠다.

“다른 모델들은 갈리아노 쇼에 대해 항상 불평해요. 형이상학적인 분장이나 보디페인팅이 부담스러운 데다 ‘분장 때문에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쇼에 서서 뭐 하나’는 거죠. 저는 이렇게 말해요. 이것은 종합예술이라고…. 그의 실험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고….”

위스콘신주 출신의 라이더는 15세에 가족과 함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모델 에이전트의 눈에 띄었다. 데뷔는 패션잡지 ‘글래머’ 이탈리아판의 커버 모델. 갑자기 찾아온 행운에 으쓱했을 만도 한데 라이더는 “학교를 마칠 때까지 어떤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 준비가 될 때까지 몇 년쯤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려해 보이는 모델 비즈니스 이면에 다른 진실이 있을 것 같았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큐트 가이(귀여운 남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랑 사귀어보니 ‘애스 홀(×자식)’이었을 때의 황당함. 세상일은 다 같은 원리 아니던가요?”

열여덟, 드디어 뉴욕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보니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알게 됐다. “서로를 밟고 오르는 경쟁, 충분히 예쁘고 날씬한데도 ‘넌 너무 못생겼다’ ‘왜 이렇게 뚱뚱하니’라는 험담을 들어야 하는 일…. 이 모든 게 사춘기 소녀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상처가 되죠.” 그는 그래서 대부분의 톱모델들이 “대단히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데는 역시 함께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여동생 미시가 큰 힘이 된다. 언니의 활약에 고무돼 모델계에 입문한 미시와는 종종 같은 무대에 서기도 한다.

“‘업계’ 사람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뭐, 다 잘되겠지’ 하고 함께 자위(自慰)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죠.”

라이더에게는 또 다른 두 명의 자매와 남동생이 있다. 남동생은 20년전 한국 인천의 한 고아원에서 입양됐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병사 사이에서 태어난 남동생은 지능이 약간 낮다. “하지만 ‘뿌리’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어요. 제가 식구들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나 좋아하더라고요. 어떤 선물을 사가면 좋을까요?”

● 진지한 신문독자

두툼한 영자 신문을 꼭 쥐고 있는 손에 눈이 갔다. 희고 가는 손가락과 회색의 신문 용지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동문서답을 하는 일도 없고 어려운 질문이 나오면 매니저 얼굴을 쳐다보는 법도 없는 라이더의 당당한 모습이 다른 모델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세계 어디를 가도 매일 아침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고 했다. “권위지 뉴욕 타임스에서 대중지 USA투데이까지 가리지 않는 ‘신문 잡식가’지만 비주얼만 가득한 패션잡지는 잘 읽지 않는다”는 대답도 의외였다.

라이더가 들고 있던 26일자 조간신문 1면 기사는 당연히 이라크전쟁에 관한 것이었고 화제는 자연스레 전쟁으로 옮아갔다. 그는 반전주의자로서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키 178㎝, 몸무게 55㎏인 라이더는 흠잡을 데 없는 신체 조건과 더불어 건강미를 갖춘 모델로 유명하다. 동유럽 출신 모델들처럼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깡마른 몸매가 아니라는 점이 특히 같은 미국인들에게 어필한다는 분석이다. 오프닝 쇼에서 그에게 하늘색 애프터눈 드레스를 입힌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그의 몸매에 대해“특히 다리 선이 아름답다. 섹시한 글래머”라고 평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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