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SEXLESS'… 애정과 섹스는 별개

  • 입력 2003년 3월 27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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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0대 전문직 맞벌이 커플들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된 ‘섹스리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치료받아야할 질환이라는 주장과 부부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사진은 ‘섹스리스 커플’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연출된 것.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20, 30대 전문직 맞벌이 커플들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된 ‘섹스리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치료받아야할 질환이라는 주장과 부부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사진은 ‘섹스리스 커플’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연출된 것.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섹스리스(sexless) 커플. 오랜 기간 잠자리를 하지 않고 지내는 부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의학적으로 규정된 개념은 아니다. 얼마 동안이나 관계를 하지 않아야 ‘섹스리스’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기준이 명확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섹스리스의 원인은 의학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탓에 남성이 잠자리를 회피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도 있고 ‘인터넷이나 컴퓨터 게임 등 여가생활이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섹스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원인이 무엇으로 분석되든 섹스리스 커플을 ‘뭔가 문제가 있고 그래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의사들은 부부의 ‘섹스리스’ 상태를 무조건 ‘치료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2월 한국성과학 연구소와 명동 이윤수 비뇨기과는 ‘한국 남성 성의식 및 성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기간은 2002년 10∼12월이며 대상자는 수도권의 20대 이상 남성 1890명.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시점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파트너와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이 46명(3%), 최근 한 달간 성관계가 없었다는 응답자는 64명(4.1%)이었다.전체 응답자의 7.1%인 총 110명이 적어도 최근 한 달간 ‘파트너와 섹스리스’인 셈. 기혼 응답자들의 경우 설문문항의 ‘파트너’를 ‘아내’, 미혼 응답자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으로 이해해 답했다.

섹스리스는 연령이나 직업군으로 볼 때 20, 30대 전문직(교수 의사 약사 변호사 판검사 회계사 세무사 언론인 등)에서 두드러졌다. 20, 30대 전문직 남성응답자 152명 가운데 최근 3개월간 파트너와 한 번도 잠자리를 갖지 않았거나 월 한 차례 꼴도 못 미치게 잠자리를 가졌다고 답한 사람은 20명으로 13.1%였다. 이는 모든 연령층 전문직 남성(269명) 가운데 같은 답을 한 응답자(27명)들의 비율(10%)보다 높은 수치였다.

왜 전문직 고소득의 젊은 남성들에서 섹스리스가 더 높은 수치로 나타날까. 부부간의 섹스리스 상태에 대해 이들 커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 “안 해도 좋아”

(전문직인 D씨는 최근 몇몇 지인들에게 자신의 섹스리스 상태를 털어놓았다. 기자가 D씨에게 “당신의 경우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최근 남자동창들끼리의 모임에서 오간 이야기를 7시간에 걸쳐 상세히 전했다.)

동창생인 부산 출신의 다섯 남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6개월 만이었다. 서울의 이름난 국내외 기업에서 컨설턴트, 마케팅전문가, 펀드매니저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세 남자와 수도권 내 입지 좋은 곳에 개원한 의사 두 명인 이들은 모두 서른 다섯 동갑내기. 네 명은 자신들과 대등한 지적, 경제적 능력을 가진 아내와 결혼해 3∼6년째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도 커플마다 하나 이상 낳아 기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마케팅전문가만 ‘법적’ 총각이었다.

3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이들은 고향 친구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문상을 위해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올랐다. 배가 고파 곧 식당칸으로 옮긴 이들은 햄버거 스테이크, 도시락과 함께 반주로 맥주 20병, 국산 위스키 1병을 주문했다.

약간의 취기가 돌자 느닷없이 한 사람이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상담성 질문’을 던졌다.

“나 요즘 우리 와이프랑 너무 자주 안 하는 것 같다. 작년에 아들 놓고(낳고) 한 번도 안 했다 아이가. 아(아이)가 벌써 첫돌이다. 느그는 몇 번씩 하노?”

이들은 총각시절 몰려다니며 애정 행각을 벌였고 그와 관련된 ‘더러운’ 추억을 함께 나눈 사이였다. 룸살롱, 스키장에 몰려 다니며 ‘원 나이트 스탠드’를 즐기기도 했다.

그런 ‘막역한’ 친구 사이인데도 부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워 했다.

“니, 섹시한 여자보고도 할 마음이 안 드나?”

“와(왜), 든다!”

“그럼 빙신(성기능 장애) 아이다.”

질문을 던졌던 친구는 다소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갑자기 유부남 전원이 ‘동조론’을 펴기 시작했다. “내 또래 다른 부부들도 많이 그러더라”고도 했다. 다섯명이 터놓고 얘기한 결과 ‘횟수’와 관련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사람은 복수의 파트너와 주 1, 2회 사랑을 나눈다는 총각 마케팅전문가였다.

“내는 6개월마다 한 번씩 한다. 와이프 생일에 한 번, 결혼 기념일에 한 번. 벌써 몇 년 됐다.”(컨설턴트)

“내도 (잠자리를 가진 지) 일년은 됐다.”(의사 B)

펀드매니저는 일주일 전에 ‘거사’를 치렀다고 고백했다. 일동의 시선이 모이자 그는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분기별로 한 번쯤 하는데 일주일 전이 할 타임이었다.”

이들은 모두 가정과 아이들, 자신만큼 바쁜 전문직 아내와 그가 쌓은 커리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외박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혼외의 관계’가 있다고 고백한 사람도 없었다.

이들의 ‘섹스리스’는 40대부터 찾아오는 중년의 권태기와는 차이가 있었다. ‘결혼을 해 보니 속궁합이 영 아니더라’는 ‘후회론’도 아니었다. 네 명의 유부남들은 모두 현재의 아내와 수 차례 또는 몇 년간 지속적인 성관계를 가진 뒤 결혼했다.

“내는 와이프 출장가면 너무 심심하데이.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할 정도다. 지금까지 각 방 쓴 적 한 번 없다. 그런데도 단 둘이 여행가면 편안하게 잠만 잔데이.”(의사 A)

“사실 처음에는 우리 마누라가 패시브해서(수동적이어서) 조금 불만이었다 아이가. 그런데 지금은 휴∼ 마, 다행인기라.” 아내가 얌전하고 순종적인 컨설턴트의 말이었다.

“느그들 와이프랑 합의해서 안 하는 기가?” 누군가가 질문을 던졌다.

“야, 임마. 어떻게 그걸 합의하나. 내는 와이프한테 ‘오럴’해달라는 말도 결혼 4년째나 했다.” 누군가가 구석에서 ‘호소’했다.

“우리 아랫세대쯤은 서로 대화할끼라. 근데 아직 우리는… 낯간지럽지.”(컨설턴트)

“그냥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거지. 와이프도 싫었으면 지금쯤 어떤 방식으로든 짜증내지 않았겠나. 그런데 불만없다. 그럼 되는 거 아이가?”(의사 A)

“사실 신혼 첫해에는 금수(禽獸)같이 안 했나. 정신적으로 사랑한다고는 해도 육체적으로는 서로 매력이 식은 것도 사실 아니겠나?”(펀드매니저)

“나는 섹스가 부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코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이나 믿음이 90% 이상, 섹스는 5% 될까 말까….”(의사 A)

누군가가 “지금 나의 리비도(성적 욕망)가 줄어든 것 자체가 인류의 크라이시스(위기)가 아니겠느냐”고 무거운 화두를 꺼냈다.

“그런 상상도 해 봤다. 인간 이전에 인간보다 똑똑한 생물체가 있었는데 종족보존이라는 본분을 잊어서 멸망해 버린기라. 내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잘났고, 내 편한 게 좋고, 뭐 그래서….”(의사 A)

“남자는 30대 중반이면 리비도 자체가 줄어들고 젊어서 놀아볼 대로 놀아봐서 시들해지는 게 당연하다 치고 절정기인 여자들까지 그런 건 자기 일이 바빠서 그런 거 아니겠나. 직장 다니는 여자들이 더 의욕(성욕)이 없다더라. 서로 피곤하니까 ‘안 하면 더 편하다’ 뭐, 그런 생각이지. 특히 우리처럼 둘 다 엄청 바쁘면 더 하고.”(의사 B)

“섹스가 ‘의무 방어전’이가. 내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좀 불안하데이. 요즘 같아서는 전혀 안 땡긴다.”(컨설턴트)

아내와는 섹스 없이도 ‘지속 가능한 발전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 없는 자신감을 확인하던 이들은 펀드매니저가 주식으로 돈 날린 하소연을 한 것을 계기로 슬그머니 부동산재테크 얘기로 옮겨갔다.

“요즘은 결혼하기 전에 ‘잘 하나’가 아니라 ‘몇 번 하고 싶나’를 확인하는 게 현대판 속궁합이라카더라.” 일행 중 누군가가 마무리처럼 말했다.

● 섹스리스, 그러나 행복하다

결혼 5년째인 K씨(35·대기업 과장). 벌써 몇 개월째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20일 오후 기자가 그와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부인과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K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짧은 통화 끝에 그는 “아내가 집으로 오라네요”라며 쉽게 승낙했다.

인터뷰 요청에 대한 아내의 반응을 묻자 K씨는 “‘말 못 할 거 없으니 오라’고 하던데요”라고 답했다.

K씨의 집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K씨는 아내(31)와 나란히 앉았다.

“부부관계를 안 한지가 얼마나 됐습니까.”(기자)

“글쎄요, 얼마 됐지?”(남편)

“일일이 다 세지 않아서…. 그런 거 잘 안 세고 살아요.”(아내)

“잠자리를 안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기자)

“아내가 아기를 갖고 난 뒤(2000년)부터 잠자리가 뜸해졌습니다. 지난해까지 아내가 일자리를 갖고 있어서 서로 바빴죠. 그래도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요.”(남편)

“이 문제 때문에 다툰 적은 없나요.”(기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죠. 친구들한테 이야기도 해보고, 인터넷으로 상담을 받은 적도 있어요. 친구들은 자꾸 ‘남편에게 성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남편이 바람났을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는 친구도 있었어요. 인터넷 상담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왔습니다. 남편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아보라는 거였죠.”(아내)

2001년 봄 아내는 남편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아내는 “당신, 왜 요즘 나하고 잠자리를 피하는 거야?”라고 묻지 않았다. 오랫동안 잠자리를 하지 않았지만 남편이 자신을 피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기 때문. 또 자신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잠자리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이때 K씨는 아내에게 “잠자리를 안 가져서 싫어”라고 물었다. 아내는 “그런 건 아니야. 솔직히 나도 잠자리가 너무 갖고 싶었다거나 한 적은 없었어. 당신 말에 자존심 상해서 하는 말 아냐. 진짜 그래”라고 답했다. K씨는 그 자리에서 “나도 네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잠자리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고 느낌을 솔직히 말했다. 부부는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랑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단지 잠자리에 서로 끌리지 않았을 뿐 서로 여전히 사랑하는 부부라는 사실을 공유했다. 그리고 둘은 앞으로 잠자리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처음에는 우리가 뭔가 문제 있는 부부처럼 보여서 다른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느낌을 가질 필요가 없었어요. 내가 잠자리를 안 해서 불편한 게 없으니까요.”(아내)

아내가 “2년 전에 내가 고민할 때 친구들은 자꾸 당신 바람났는지 알아보라고 하던데”라고 말하자 K씨는 “어, 당신 몰랐어? 사실 나 그때 딴 여자랑 바람나서 지금 숨겨놓은 애가 둘이나 되잖아”라고 받아넘겼다.

아내는 “잠자리를 자주 갖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로는 우리가 비정상으로 보이겠지만 우리는 아주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K씨도 “우리는 섹스리스 커플이라기보다 섹스에 구애받지 않고 사는 커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서로 잠자리를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잠자리를 갖지 않는 탓에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일도 없다고 단언했다.

부부는 지난 주말에 딸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기로 했다. “토요일 시간 되는 거지?”라고 아내가 묻자 K씨는 “그 날 바람 피우느라 바쁠지도 몰라”라며 웃었다. 남편 K씨는 평소 집안일도 많이 돕고 아기 보는 것에도 열심이다.

아내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잠자리가 부부 관계에 중요하다는 선입관만으로 잠자리를 갖지 않는 부부를 모두 비정상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전문가들 엇갈린 진단▼

모든 섹스리스 커플은 의학적 치료 대상일까.

한국 의학계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통일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섹스리스를 의학적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많긴 하지만 정설(定說)은 아니다. 섹스리스에 대해 서로 처방을 달리하는 전문의 4인의 주장을 들었다.

● “모든 섹스리스는 질병이다”

-설현욱 박사(서울성의학클리닉)

한국의 섹스리스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환자’도 문제의 심각성을 빨리 깨닫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

서구에서는 성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이혼하지만 아직 한국 부부들은 이혼까지는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한국 섹스리스 부부가 서구보다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3개월 이상 부부가 서로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섹스리스라고 본다. 그리고 비록 부부가 합의를 했더라도 이런 섹스리스는 의학적으로는 ‘무조건’ 문제다. “우리는 별 문제 없어”라고 자기 합리화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문제가 없는 섹스리스는 없다. 모든 섹스리스 부부들은 조루나 발기부전(남자), 불감증(여자), 배우자에 대한 적개심 등 다양한 육체적 심리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결국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섹스리스는 성애를 모르는 탓”

-안태영 교수(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대한남성과학회 회장)

만약 부부가 잠자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이는 ‘제대로 된 성관계의 재미’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부부는 살면서 별 불편을 못 느낄 수 있고 부부 관계에 별 문제가 없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연히 느껴야 하는 행복’을 몰라서 포기하는 것을 두고 정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섹스리스 커플은 사실 행복이 아니라 ‘서먹서먹한 불행’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성의 즐거움을 모르는 부부가 어떤 이유로 잠자리를 자주 갖지 않게 됐다. 부부는 점차 ‘지금껏 잘 살았는데 괜히 문제삼을 것 있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섹스리스 상태에 익숙해져 가면서 섹스리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식이다.

성에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이 적용된다. 잠자리를 안 가지면 성 기능은 퇴화한다. 그것은 절대 행복이 아니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느 한 쪽이 섹스리스 상태를 적극적으로 깨고 나와야 치료가 된다.

●‘섹스리스=치료대상’은 아니다

-김진세 원장(고려제일신경정신과)

섹스리스를 무조건 치료대상으로 볼 수 없다. 잠자리의 횟수만으로 치료대상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잠자리의 횟수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다. 부부가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를 서로 이해한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부부의 잠자리는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 달에 두 번 밖에 잠자리를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미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부부의 섹스 문제는 섹스 자체만 갖고 다뤄서는 안 된다. 섹스가 부부 관계에서 필수 요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부부관계의 전부도 아니다.

그러나 잠자리 횟수가 적을 수는 있어도 아예 잠자리를 갖지 않는 것은 문제다. 부부 관계에서 섹스의 비중이 낮을 수는 있어도 0%일 수는 없기 때문. 또 섹스리스 상태에 만족한다고 느끼는 부부들도 그것이 진짜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착각하는 것인지는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부부 성관계는 취향의 문제일 뿐”-이윤수 원장(명동이윤수비뇨기과)

부부의 성관계는 단지 취향의 문제다. 취향만 같다면, 즉 잠자리 없이 사는 데 서로 동의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잠자리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오누이 같은 부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특히 성에 대해 개방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젊은 층에서 의외로 섹스리스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물론 만족하고 산다고 주장하는 섹스리스 커플 중 문제가 있는 이들도 있다. 남편들 중에는 ‘아내가 불만을 제기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반면 어려서부터 보수적인 성의식에 길들여진 아내는 ‘여자가 너무 밝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욕구를 스스로 삭인다. 이런 부부의 섹스리스는 겉보기에 문제가 없어도 사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휴화산일 가능성이 높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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