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부부 TV출연 들여다보니]" 맞습니다 맞고요 "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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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잠시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잖아요.”(권양숙 여사)

“맞습니다. 맞아요. 맞구요.(웃음) 부부는 느낌을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노무현 대통령당선자)

노무현 당선자와 부인 권양숙 여사는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 SBS스튜디오에서 마련된 설날특집 SBS TV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방송은 31일 오전 10시) 녹화에서 연애시절 둑길에서 가진 첫 키스의 추억, 변호사와 정치인으로서의 인생 역정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노 당선자는 당선된 뒤 가장 달라진 점에 대해 “자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대답했다. 당선자의 방탄 차량은 창문이 안 열려 창 밖으로 손도 흔들어 주지 못한다는 것. 노 당선자는 “대중목욕탕에 갔더니 경호원이 벗고 들어와 저 멀리서 면도를 하는 척하고 있더라”며 경호문제 때문에 대중목욕탕도 가지 못하는 심경도 토로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권 여사는 대통령 당선과 사법시험 합격을 꼽았다. 노 당선자 부부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권 여사가 처음으로 당선자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노 당선자는 “사법시험 때는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는 느낌이었는데, 대통령 당선은 그동안 짓눌려 왔던 부담을 벗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부인에 대한 호칭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노 당선자는 “밖에서는 아내로 보이지만, 집에 가서 기분이 나쁘면 마누라로 보인다”며 “‘아내’란 말은 친근한 느낌이고, ‘마누라’는 좀 겁나는 존재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노 당선자의 성대모사로 화제를 끌고 있는 개그맨 김상태도 출연해 방청객의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노 당선자는 김씨의 성대모사에 대해 “‘맞습니다, 맞고요’하는 어휘 사용 습관은 나도 몰랐던 것”이라며 “그러나 경상도 억양은 좀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평했다.

노 당선자가 대선 이후 지상파 방송에 출연한 것은 18일 KBS ‘국민과의 대화’에 이어 두 번째. 당초 설특집 토크쇼를 갖고 MBC와 접촉했으나 MBC는 “방송이 홍보용이 될 수 있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2월 20일경 ‘100분 토론’에 노 당선자를 초청해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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