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철학자 신일철교수 "김정일 정치는 영화정치"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7시 57분


원로 철학자 신일철(71·사진) 고려대 명예 교수가 최근 독자의 권유로 저서 ‘북한 정치의 시네마 폴리티카’를 ‘KIM JONG-IL and CINEMA POLITICA’라는 제목의 영문판으로 펴냈다.

신교수가 5월 출간한 ‘북한 정치의 시네마 폴리티카’는 김정일의 정책과 북한 정권을 분석한 책. 동국대 정용석 교수가 이 책을 두고 ‘김정일 해부학’이라고 평했을만큼 김정일의 정책을 파헤쳤다.

이 책은 김정일의 정치를 이른바 ‘영화 정치’로 규정했다. ‘시네마 폴리티카’는 “현실에는 없는 허구와 허위의 드라마 연출에 스스로 도취한 영화 정치”를 의미한다. 김정일의 개방, 개혁 정책은 영화를 모델로 한 허구적 상징 조작을 통해 ‘개방하는 척’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신교수가 새삼스럽게 이 책의 영문판을 펴낸 사연도 관심을 끈다. 영문판 출간은 재미 의사인 김병목 전 예일대 의대 교수가 인터넷을 통해 이 책을 접하고 읽은 것이 인연이 됐다. 김교수는 미국인들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의 정책’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지만 적당한 답변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이 책을 통해 북한 정치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게 됐고, 이를 미국인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방한한 틈을 타 신 교수에게 영문판 출간을 제안했다. 신교수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고 김 교수와 재미 작가 존 차씨의 도움을 받아 영문판을 냈다.

영문판 출간 뒤 신 교수는 “김정일은 성장 환경으로 보아 시장 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의 개혁과 개방 정책은 허위에 그칠 뿐이며 이를 통해 북한 사회가 시장 경제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진정한 개혁이 아닌, 개혁을 연출하는 김정일의 시장 정책은 오히려 북한의 경제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북한을 막연히 ‘이상한 나라’ 또는 ‘적대 국가’로만 보는 미국인들이 이 책을 통해 북한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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