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의상에 깃든 한국의 자연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6시 32분


1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프레타포르테 부산’ 패션쇼에 참가한 디자이너 김지해씨가 쇼를 마친뒤 모델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제공 모델센터
1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프레타포르테 부산’ 패션쇼에 참가한 디자이너 김지해씨가 쇼를 마친뒤 모델과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제공 모델센터
프랑스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계에서 ‘무서운 신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 김지해씨(42)가 14∼17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프레타포르테 부산 2003 봄, 여름’ 패션쇼에 참가했다.

이번 쇼에서 김씨는 소매선을 큰 흰나비 날개처럼 둥글게 표현한 가벼운 실크 소재 드레스, 크림색과 핑크색이 섞인 모시 한복천으로 만든 현대적인 한복풍 바지 정장 등 한복과 자연, 현대적 감각을 매치한 의상 33점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지해(JiHaye)’의 신상품으로 선보였다.

“이번 프레타포르테 쇼의 주제는 ‘한국의 자연’이었습니다. 진달래 개나리 소나기 등을 떠올리게 하는 봄 여름의 상큼한 이미지를 메인 테마로 삼았습니다.”

그는 2001년 1월 한국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파리의상조합 오트쿠튀르협회에 정회원으로 등록됐다. 정회원이 된 뒤 가진 첫 쇼에 대해 프랑스의 뉴스전문채널 LCI TV는 김씨를 “파리패션계를 횃불로 밝힐 예술가”로, ‘르 피가로’지는 “은퇴한 겐조, 파코 라반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로 평가했다. 최하 1400만원을 넘는 그의 드레스의 단골은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와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의 부인 티퍼 고어 등으로 알려졌다.

올 1월과 7월에 열린 오트쿠튀르 컬렉션에서는 각각 축구공과 ‘비 더 레즈’ 티셔츠의 붉은색을 모티브로 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7월10일 오전 11시, 그는 은퇴한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40년간 변함없이 같은 날짜와 시간에 오트쿠튀르 쇼를 열었던 파리 인터티넨털호텔에서 쇼를 가졌다. 호텔측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대관료도 내지 않았다. 그는 쇼장 벽면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월드컵 때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미지를 높인 조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거예요. 그동안 작은 나라 출신이라는 서러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87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 분카(文化)복장학원을 수석졸업한 김씨는 일본의 의류 회사인 동양그룹 프랑스지사에서 일하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해 10년간 하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기회를 노려왔다.

김씨는 17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쇼를 갖는다. 300명의 정상급 가수들만 관객으로 초대돼 1인당 1000달러를 내고 입장하는 ‘가수의 밤’ 자선행사의 축하 패션쇼 디자이너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디자이너인 리처드 테일러, 캐롤리나 헤레라와 함께 쇼를 갖게 되며 김씨는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마지막 쇼를 맡았다.

한편 ‘프레타포르테 부산’에는 김지해씨 외에도 앙드레 김, 장광효, 박춘무씨 등 한국 디자이너 6명과 일본계 영국디자이너 고시노 미치코, 유럽의 신예 디자이너 옌스 라우게센과 홍콩의 월터 마 등 외국 디자이너 5명이 참가해 내년 봄 여름 패션 트렌드를 선보였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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