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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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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연구원은 8일 “정부가 72년 대장경판이 보관된 법보전(法寶殿)과 수다라전(修多羅殿) 내부에 경판을 꽂아두는 기존 2개의 판가(板架) 외에 새로운 판가를 각 1개씩 설치하고 이곳에 1만5708장의 경판을 정리했다”며 “90년대 초부터 경판에서 비틀림과 굽음 현상이 발견되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인사측은 신판가를 뜯어내기로 하고 올 5월 문화재청에 ‘국가지정 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을 했다.
해인사측은 신청서에서 △신판가는 경판전의 남서쪽 벽면과 가까워 여름철 2개월을 제외하고 연중 햇볕에 노출되고 △비바람이 심할 경우 빗물이 날아들며 △관람객이 손을 넣어 직접 경판을 훼손할 우려마저 있다고 주장했다.
해인사측은 특히 “경판에 햇볕이 직접 닿으면서 표면이 훼손되는 ‘광열화(光劣化) 현상’이 심각한데다 지나치게 건조해 경판의 굽음 현상도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또 신판가가 경판전의 통풍을 저해하는데다 경판 관리를 위한 공간마저 잠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6년 문화재 당국과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전체 팔만대장경판 중 1000여장을 표본 조사한 뒤 표면균열 196장, 굽음 현상 298장, 비틀림 151장 등이 확인됐다는 내용의 ‘대장경판 보전을 위한 학술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해인사측의 현상변경 신청에 대해 “신판가에 보관된 경판을 기존 판가로 옮길 경우 발생할 하중과 통풍문제 등을 면밀히 검토해 다시 신청하라”고 통보했다.
팔만대장경 보존연구원 보존실장인 관암(觀菴) 스님은 “신판가 철거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4000여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경판 보수작업 등을 위해 99년 이후 해마다 5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해오고 있다.
합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