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푸의 비밀' 끝내 못풀었다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33분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제작팀이 쿠푸 피라미드 ‘왕비의 묘실’에서 남쪽으로 난 지하통로에 로봇을 들여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코리아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제작팀이 쿠푸 피라미드 ‘왕비의 묘실’에서 남쪽으로 난 지하통로에 로봇을 들여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코리아

이집트 ‘쿠푸 대(大) 피라미드’(기원전 2500년경)의 비밀은 끝내 풀리지 않았다.

전세계의 기대를 모았던 쿠푸 피라미드 비밀통로 로봇 탐사 생방송은 ‘또다른 비밀 통로가 있을 것’이란 의문을 남긴 채 미완으로 끝났다.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기획한 생방송 ‘쿠푸 피라미드- 5000년의 신비’(원제 ‘이집트-실체 드러낸 비밀의 방’)가 17일 오전 9시부터 두시간동안 세계 141개국으로 동시 생중계됐다.

오전 9시 12분, 현장 진행을 맡은 이집트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가 “피라미드의 ‘왕비의 묘실’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최첨단 로봇을 묘실 남쪽 벽에 나있는 환기 통로(가로 세로 각 20cm, 총 구간 68m)로 들여보냈다. 고고학자들이 한번도 들어가지 못했던 그 비밀 통로와 68m 지점에서 통로를 막고 있는 돌문을 조사해 피라미드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는 야심찬 시도였다. 그러나 10시 55분, 제작진은 그 돌문 뒤쪽에 돌문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제작진과 하와스는 이미 수주전 비밀 통로로 로봇을 들여보내 조사를 했다. 돌문 뒤쪽 조사를 위해 제작팀은 로봇으로 돌문(가로 세로 각 20cm) 한가운데에 지름 2cm 크기의 구멍을 뚫어놓았다. 그리고 이날 그 구멍으로 로봇 카메라를 집어넣어 또다른 돌문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방송은 학문적인 탐사라기보다 ‘TV 이벤트’에 불과했다. 유물 훼손 등 허점도 드러났다. 우선 돌문에 구멍을 뚫은 것이 그렇다. 제작진은 “사전 모형 실험을 통해 안전하다고 판단돼 구멍을 뚫었다”고 했으나 그것은 문화재 훼손이다.

또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됐던 인부의 무덤 속 석관(石棺)도 너무 거칠게 열었다. 쇠꼬챙이로 뚜껑을 들어내면서 뚜껑 끝부분에 훼손돼 석관의 돌가루가 속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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