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가마 '매듭의 집합체'…차명순씨 30년 연구끝 재현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36분


매듭 장인 차명순씨가 재현한 고종황제의 가마. (사진제공 차명순)
매듭 장인 차명순씨가 재현한 고종황제의 가마.
(사진제공 차명순)
고종황제가 탔던 가마 어연(御輦)이 처음으로 재현됐다.

그동안 크기가 작은 가마가 재현된 적은 있으나 왕과 왕비가 타는 어연처럼 규모가 큰 것을 재현하기는 처음이다.

창덕궁에 소장된 실물을 토대로 어연을 재현한 사람은 매듭 장인인 차명순씨(57). 30여년간 매듭에 매달려온 그가 가마 재현에 뛰어든 것은 어연이야말로 전통 매듭의 총집합체라는 생각에서였다.

“어연의 안팎은 수많은 매듭과 술로 장식됩니다. 어연의 화려함과 장중함을 보여줄 수 있는 관건은 매듭입니다. 게다가 국내에 가마를 재현할만한 전문가가 없어 매듭을 하는 제가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차씨가 어연을 재현하는 데 걸린 시간은 3년. 가마에 관한 문헌 조사, 창덕궁 소장 어연 실물 조사, 기본 설계에 1년, 실제 제작에 2년이 들어갔다. 가마는 소목 장인(가구 등 목제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에게 의뢰해 만들었다. 차씨는 매듭과 술을 만들어 장식했다.

어연 안팎에 장식되는 매듭과 술은 280여개. 차씨는 어연 덮개의 네 귀퉁이를 봉황으로 장식하고 봉황의 입에 고리를 만든 뒤 매듭장식을 매달았다. 이 매듭을 대붕유소(大鵬流蘇)라 하는데 길이가 118cm다. 가마 사방에는 천으로 처마를 달고 처마 밑엔 오방색(청 백 적 흑 황)의 술을 달아 화려하게 꾸몄다. 매듭이 워낙 손길이 많이 필요한 것이어서 최근 1년은 매일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한자리에 앉아 맺고 풀고를 반복했다.

어연은 가로 110cm 세로 138cm 높이 245cm에 가마채(가마꾼이 드는 긴 손잡이)까지 합하면 450cm. 매듭 장식과 어울려 장중하고 화려한 멋을 뽐내며 8명이 운반하도록 되어 있다. 보통 가마는 가로 세로 각 80∼90cm, 높이 110cm에 가마채까지 합하면 약 250cm로 4명이 옮긴다. 차씨는 최근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마쳤고 9월 중순 연세대 박물관에서 다시 전시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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