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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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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효능이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선전에 현혹돼 수십∼수백만원의 돈을 쓰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올 들어 키 크는 약과 운동기구에 관한 불만이 40여건 접수됐다.
▽성장클리닉〓서울 강남 A한의원의 경우 성장클리닉을 찾는 어린이 수가 방학 전 하루 20명 정도에서 요즘은 40∼50명으로 2배 늘었다.
서울 강남 B한방병원 성장클리닉에서는 한약과 성장 촉진운동으로 키를 키울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 성장판을 자극한다는 침을 시술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의들은 “단백질과 수면, 운동은 성장에 도움이 되나 일부러 약을 먹고 병원에 다니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프렌닥터내과 남재현(南在玹) 원장은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유전적으로 작은 키가 커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키 크는 약과 운동기구〓인터넷의 L사이트에서는 다리를 길게 만들어 준다는 스트레칭 기구가 8만∼39만원에, 성장호르몬이 들어 있다는 각종 영양식품이 15만∼36만원에 팔린다. 이런 상품이 성장호르몬을 자극하고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지연시킨다는 것.
K사 등 국내제약사의 키 크는 약도 골격성장에 필수적인 해조칼슘을 주성분으로 40여가지의 약재를 혼합했다며 약국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20만∼30만원에 판매된다.
▽비법은 없다〓현재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성장호르몬 투여와 일리자로프 수술. 성장호르몬 투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등의 병이 있을 때만 효과가 있고 다리의 뼈를 부러뜨려 간격을 늘리는 일리자로프 수술은 일반적으로 선천성 기형을 가졌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만 시술한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權俊壽) 교수는 “작은 키가 문제가 아니라 키에 대한 집착이 병”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병’으로 생각될 만큼 키가 작은 사람은 드물지만 청소년 대부분은 자신의 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프 참조
고려대 구로병원장인 소아정형외과 이석현(李錫玄) 교수는 “특별한 영양결핍이 없는 한 누구나 자신의 유전적인 키만큼 자란다”며 “요즘은 영양이 무리하게 결핍된 사람이 드물어 그런 치료는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