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수속 2시간 공항도 “휴가체증”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19분


2일 오전 10시반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2층.

휴가와 여름방학 등을 맞아 외국으로 나가려는 여행객 수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각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에는 많은 여행객들로 붐볐으며 3번 출국장 입구에는 동서(東西) 방향으로 여행객 200여명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국장 안에도 인파가 붐비기는 마찬가지. X선 검사 등 보안검색을 기다리는 여행객 수십명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출국 심사를 받으려는 출국 대기자 수백명이 서 있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출국수속이 오래 걸리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중국으로 4박5일 휴가를 떠나는 김모씨(38·회사원)는 “아무리 성수기지만 출국수속을 밟기 위해 두 시간 이상을 낭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여름철 성수기가 겹치면서 최근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 출국수속에 두 시간 이상 걸려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항공기들이 지연출발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여행자 급증〓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사람은 올 6월까지 하루 평균 2만명 안팎에 머물렀으나 7월 1일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여름철 성수기인 20일부터 하루 평균 3만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특히 여름휴가 절정기인 지난달 26일부터 출국자 수가 하루 평균 3만4500명 선에 이르고 있으며 1일에는 4만2895명으로 지난해 4월 공항 개항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한달 동안 출국자는 98만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3428명이 늘었다.

항공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여행객 폭주현상’은 다음주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해외여행객들은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적어도 3시간 정도 일찍 공항에 나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항공기 지연운항〓대한항공은 본격적인 여행 성수기에 접어든 지난달 28일 이후 출국수속을 마치지 못한 승객들을 기다리느라 하루평균 10여편의 항공기가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했다.

특히 1만4096명의 승객이 탑승한 1일 오전에는 35편의 항공기 중 31편이 10∼40분씩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 28일 이후 하루 평균 11편의 항공기 출발이 지연됐으며 1일에는 16편의 출발이 지연됐다.

이 같은 사정은 외국항공사도 마찬가지. 캐세이퍼시픽은 1일 오전 운항한 2편 중 1편이 지연 출발했으며 일본항공(JAL)도 오전 11시∼낮 12시에 편성된 항공기들이 최근 하루 평균 2∼3편씩 늦게 출발하고 있다.

▽지연운항의 원인〓근본적인 원인은 출발 시간이 몰려 있는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4∼7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너무 많은 승객이 한꺼번에 출국수속을 밟기 때문.

특히 20명 이상 단체여행객 중 한 두명이 늦게 도착하면 출국수속이 늦어져 비행기가 지연 출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안검색과 출국심사 시스템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세관은 출국장마다 5개의 문형탐지기(짐의 내용물을 탐지하는 기기)를 설치했지만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출국자가 폭증해도 4대 이상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출입국사무소도 4개 출국심사장에 120개 출국심사대를 설치해 출국자가 몰릴 때는 대기심사관까지 투입해 최대 100개 심사대를 가동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출국심사대를 모두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국심사대 한 직원은 “통상 40∼50분 일하고 10분 쉬고 일을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바빠 2시간 동안 꼼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출국자 1인당 ‘1분 이내 심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위조여권 등을 적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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