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어린이 비만캠프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56분


인기 연예인이 방학을 맞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비만캠프를 운영하면서 대학병원의 비만치료 교수의 이름을 도용해 해당 교수들이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개그맨 김형곤씨가 운영하는 ‘다이어트 킴’은 최근 대한비만관리학회와 공동으로 다이어트 캠프를 할 예정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이어트 킴’은 개그맨 심형래와 강남영 외에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 등 비만치료의 권위자가 강사진 등으로 함께 참여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박 교수 등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교수는 10일 “비만 치료를 하는 의사는 대한비만학회 소속이며 비만관리학회는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의 모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최 측이 공식적인 출강 요청을 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이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강사 명단에 오른 이화여대 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심경원 교수도 “두 달 전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으나 공식적으로 강연을 요청받거나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송영득 내과 전문의도 강연할 예정이지만 연세의료원 측은 “송 교수는 4월 경기 일산병원 내과로 옮긴 뒤 현재 해외연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 회사는 “3㎏ 책임 감량을 보장하며 실패하면 참가비 68만원을 전액 환불한다”며 현재까지 200여명을 모집했으나 해당 교수들은 이는 어린이 비만 치료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교수는 “성장 과정에 있는 어린이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과정 없이 함부로 몸무게를 줄이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몇㎏ 감량’ 등의 말 자체가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여름방학을 맞아 비의학적인 비만 관련 행사가 성행하므로 학부모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고 말했다.

이 회사의 박정식 캠프담당 팀장은 “대한비만관리학회 측에서 출강이 가능한 의료진 명단을 확정하기 전에 자료를 배포해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게 됐다”고 해명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