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준스님, 무의탁 노인-고아 돌보기 30여년 자비 실천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1분


상이용사 출신의 정기준 스님 (가운데)
상이용사 출신의 정기준 스님 (가운데)
6·25전쟁 당시 부상한 상이용사가 스님이 돼 무의탁 노인과 고아들을 30여년째 돌보고 있다.

전북 정읍시 상평동 용화사 주지 정기준(鄭基俊·70) 스님이 주인공. 그는 6·25전쟁 당시 수도사단 1연대 소속으로 중서부전선에서 포탄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었던 육탄용사로 허리를 크게 다친 4급 상이용사다.

3년여의 군생활 끝에 수류탄 파편이 박힌 몸으로 제대한 그는 54년 정읍 내장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불교에 귀의했다. 이후 69년 용화사를 세우면서 전쟁 당시부터 생각해 왔던 무의탁노인과 고아 돌보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이 절을 거쳐간 노인과 아이는 수십 명. 자신이 봉양하던 노인이 숨을 거두면 경내에 추모비를 세워 영혼을 달래주고 고아들은 공부를 시켜 결혼과 생활 터전까지 마련해 주기도 했다.

결혼해 스님 곁을 떠난 고아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지만 든든한 후원자가 돼 스님을 돕고 있다.

정 스님은 “6·25전쟁 때 수없이 죽음의 고비를 넘긴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음지에서 고통받는 중생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읍〓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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