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국제심포지엄 ‘통일과 문화’ 참석차 처음 한국을 찾은 1999년 노벨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74·독일)가 29일 오전 주한독일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앙대학교 한독문화연구소 주한독일문화원 주최,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이날 개막된 심포지엄에서 그는 ‘독일통일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가졌다.
“청년기부터 한국 분단은 나의 큰 관심사였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냉전이 개막됐고, 그 영향으로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는 등 독일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급속한 서독 위주의 통일에 대해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를 유지해온 그는 회견 내내 ‘충분한 준비와 토의’에 기초한 통일과정을 주문했다.
‘3시간 정도 판문점을 본 것만으로 서둘러 한국에 대해 조언을 한다는 것은 성급하다’고 전제하면서 그는 “통일 후에라도 북한에 남을 물자나 시설이라면 지금 도움을 주고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지금 도움을 주어 북한의 경제가 안정된다면 통일 이후 북한인들의 급격한 유입 등 남한사회의 부작용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처음으로 번역출판된 신작 ‘게걸음으로 가다’에서 독일 피란민 수송선의 침몰을 다룬 그는 “그동안 전쟁 중 독일인의 희생은 특히 동독에서 금기시됐지만 이제는 독일 민간인의 무고한 전쟁피해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백의 콧수염 아래 트레이드마크 같은 파이프 담배를 시종 물었다 놓았다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간 그는 ‘월드컵 전야제에서 낭송할 시를 소개해달라’는 주문에 60년대 써둔 시 ‘밤의 경기장’을 조용히 읊어나갔다.
‘천천히 축구공이 하늘로 떠올랐다/그때 사람들은 꽉 찬 관중석을 보았다/고독하게 시인은 골대 안에 서 있었고/심판은 호각을 불었다, 오프사이드.’
그는 월드컵 전망에 대해 “올해 독일의 우승은 힘들 것 같다. 개인적으로 포르투갈 팀을 좋아한다”며 웃음지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