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겜블러' 남경주-허준호 "끼로 日무대 휘어잡는다"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06분


‘뮤지컬 스타’ 남경주와 ‘터프가이’ 허준호는 서른여덟 동갑이다. 그런데 허준호는 남경주를 깍듯하게 ‘형’으로 모신다. 남경주(연극과 82학번)가 허준호(무용과 83학번)의 서울예전 1년 선배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뭉친다. 23일부터 일본 12개 지역을 순회하는 뮤지컬 ‘갬블러’에서 나란히 주인공을 맡았다. 남경주는 27∼29일 울산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뮤지컬 ‘처용’에, 허준호는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 제의를 받은 상태지만 ‘갬블러’에 각별한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 배우들이 꾸민 뮤지컬로 “30년은 앞서 있다”는 일본인들의 자만심을 꺾어보겠다는 것. 1999년 ‘갬블러’ 초연 이후 3년만에 함께 무대에 서는 두사람과의 인터뷰를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허준호〓경주 형은 대학시절부터 내 우상이었어. 연극과면서 무용과 수업을 도강하는 모습이 자극제가 됐지. 형이 출연한 ‘고스펠’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보고 연극과에 편입해 뮤지컬 ‘방황하는 별들’에 출연하면서 배우를 알게 됐어. 나야 여러곳으로 옮겨다니지만 형은 20년이나 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대단해.

▽남경주〓최고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은 좋아도 ‘연기 노래 춤’이라는 게 할수록 끝이 없는 것 같아. 그것 때문에 아직 결혼도 못했잖아. 준호나 (주)원성이가 2세 얻고 잘 사는 것을 보면 배우로나 인간적으로 결혼을 빨리 해야겠다 싶어.

▽허〓비록 영화 드라마 등 외도를 많이 했지만 아직도 뮤지컬은 내게 가장 소중해. 2000년에 한국 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가 내 생애 중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 형은 다른 분야에 진출할 생각 없어?

▽남〓물론 있지. 뮤지컬에 계속 출연하다 보니 못하는 거지. 가끔 영화 섭외가 들어오는데 나랑 맞는 작품을 찾으며 기회를 보고 있어.

▽허〓난 터프가이 이미지로 각인되는 게 싫어서 MBC ‘보고 또 보고’같은 생활 드라마에도 출연했어. 리얼리즘이 살아있는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런데도 요즘 섭외 들어오는 것도 10개 중 9개는 액션물이야. 아버지(고 허장강)처럼 터프가이가 내 운명인가봐.

▽남〓그러고 보니 ‘갬블러’에서도 너는 터프가이군. 보통 샐러리맨인 나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카지노 보스잖아.

▽허〓나쁜 놈인데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그리려고 해. 형이랑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남〓우리가 팽팽한 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준호의 카리스마를 따라갈 수 없는 나로선 20년 뮤지컬 짬밥으로 버텨야겠다.

▽허〓난 ‘갬블러’를 뮤지컬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스케줄을 하나도 안 잡았어. 형은 ‘갬블러’ ‘처용’ 등 2개 작품을 동시에 하는데 헷갈리지 않아?

▽남〓‘갬블러’야 오래전부터 했던 작품이어서 괜찮은데 ‘처용’은 아직 연습이 부족해 걱정이다. 작품 하나에 전력하는 게 당연하지만 울산에서 열리는 ‘처용’은 지방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까해서 무리를 좀 했지. 그나저나 영화 ‘4발가락’ 끝나자 마자 뮤지컬 연습하느라 준호 입술이 다 텄구나. 건강생각 좀 해.

▽허〓그래. 형도 빨리 장가 가고 이 후배 커피 좀 자주 사주라.

▽남〓알았다. 우리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의 우수성을 보여주자고.

▽허〓아 참. 8월16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열리는 ‘갬블러’ 앵콜공연에 뮤지컬 팬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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