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사에는 98년 김 대통령 취임 이후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어김없이 대통령 연등이 걸렸다. ‘모처’에서 매년 부처님오신날 10여일 전쯤 봉축 카드와 함께 청와대 문양이 있는 봉투에 금일봉을 넣어 연등을 달아달라고 접수해온 것이 ‘관례’였다.
주지 정우 스님은 “누가 접수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청와대 또는 민주당과 관련이 있는 분이 접수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김 대통령의 임기 말인 데다 아들들과 관련된 각종 게이트 탓인지 등을 달아달라는 접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지 스님은 대웅전 입구 중앙의 가장 좋은 자리에 그 어느해보다 정성껏 연등을 달았다. 내친 김에 국무총리 연등도 내걸었다.
“대통령께서 얼마나 맘 고생이 많고 힘이 드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적 대사인 월드컵과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을 내시라고 기원하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그 분을 욕하지만 그렇게라도 해드리는 것이 중 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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