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음악]냉정한 曲해석 고집한 음악계 대부 스베틀라노프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45분


‘20세기 마지막 거장이 떠나다.’

지휘자 겸 작곡가인 예브게니 스베틀라노프가 3일 밤(현지시간) 모스크바 자택에서 73세로 세상을 떠나자 러시아 언론은 일제히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와 함께 구 소련이 낳은 양대 지휘자로 꼽혔던 스베틀라노프는 고령과 건강악화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왔다.

관영 RTR 방송은 “스베틀라노프가 영국 런던 필하모니와의 부활절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볼쇼이 극장에도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를 올릴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그네신음대와 모스크바음악원에서 공부한 스베틀라노프는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많은 교향곡과 오페라를 작곡하기도 했으나 지휘자로 더 명성을 떨쳤다. 볼쇼이극장 수석지휘자를 거쳐 65년부터 무려 40년 동안 국립교향악단을 이끌었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향악단 중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 국립교향악단은 ‘스베틀라노프 교향악단’으로 불렸다.

그는 “마법에 홀린 듯한 유혹을 떨쳐버리고 원작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한다”며 냉정하고 엄격한 음악적 해석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음악세계와는 달리 “예술의 원칙은 열광”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삶은 열정 그 자체였다. 그는 “탐욕이 나를 망치고 있다”고 걱정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고 단원들에게는 늘 “당신의 삶이 음악에 달려있는 것처럼 연주하라”고 주문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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