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고려 팔만대장경' 日공연 "한국에 놀라운 문화재가…"

  • 입력 2002년 3월 31일 17시 38분


‘고려 팔만대장경’에 새겨진 한민족의 얼이 일본에서 뮤지컬로 선보였다.

한국 창작 뮤지컬 ‘고려 팔만대장경-사랑과 역사의 대서사시’가 29일부터 3일간 일본 도쿄(東京) 신국립극장 중극장에서 공연된 것. 1999년 한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이듬해 일본 후쿠오카(福岡)와 필리핀 마닐라, 2001년 미국 워싱턴과 하와이에 이어 올해 다시 일본에서 무대를 마련했다.

‘고려 팔만대장경’은 몽골의 침입에 맞서 대장경을 만들고 보존하려는 고려 장인들의 고뇌, 판각수와 한 귀족 여인의 사랑을 노래와 춤, 드라마로 꾸몄다.

‘단 한번의 눈길로’ ‘그대 마음 열면은’ 등 창작곡의 애장한 선율과 12지신상 모형, 대장경을 옮기는 대형 선박, 비구니 단아(강효성)가 몽골군이 불을 지른 대장경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의 조명 등은 이 작품에서 돋보인 대목이었다.

일본인 관객들은 ‘한국에 이런 놀라운 문화재가 있었느냐’는 반응이었다. 회사원 하세가와 에미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대장경으로 외세에 저항하는 고려인의 불심(佛心)을 느꼈다”며 “탈춤과 전통의상, 신분을 넘어선 러브 스토리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천황의 외동딸인 노리노미야(紀宮)가 29일 직접 출연자 대기실을 찾아 “고려 대장경을 만들기 위해 큰 통나무를 운반해 바닷물에 삶는 등 각고의 노력을 들이는 장면이 인상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30일 공연을 관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번 뮤지컬의 아련한 멜로디가 가슴에 남는다”며 공연 음반을 제안하기도 했다.

1000석 규모의 이번 공연은 매회 8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고 일본의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 弘文)전 문부상, 조세형(趙世衡) 주일 대한민국 대사 등이 참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고려대장경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두 남녀의 사랑이 접목되면서 “뜬금없이 사랑 이야기가 등장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출가 김진영씨는 “일본 스태프진과 처음 작업을 하면서 연습이 미비했던 게 사실”이라며 “우리 고유 문화 유산을 해외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면서 일어난 시행착오로 봐 달라”고 말했다.

‘고려 팔만대장경’은 6∼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영원한 사랑의 강’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관객을 찾아간다.

도쿄〓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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