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주부 한순희씨, 백혈병 사망 아들 회상 책 펴내

  • 입력 2002년 3월 4일 17시 43분


“백혈병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병입니다.”

백혈병으로 외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아들을 그리워하는 절절한 심정을 한권의 책에 담아냈다. 경북 경주시 용강동에 사는 주부 한순희(韓順嬉·45)씨는 아들을 간호하면서 느낀 생각을 ‘날벼락’이라는 제목의 책에 꼼꼼하게 실었다.

신라중학교에 다니던 아들 재영(宰永·당시 16세)이는 2000년 8월 백혈병에 걸려 지난해 1월 19일 세상을 떴다.

“정말 날벼락이었어요. 거의 아파본 적이 없던 아이가 하루 아침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로 내몰렸습니다. 온가족이 어쩔줄 모르고 당황했고 두려웠어요. 아들은 떠났지만 그동안 도움을 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공부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기있던 재영이에게 백혈병이 찾아온 건 2000년 8월 2일. 이날 밤 어깨가 아프다며 누운 재영이는 불덩이같은 고열에 시달렸다. 다음날 서울의 병원에 입원한 재영이는 6개월 동안 백혈병과 싸우다 짧은 삶을 마쳤다.

“백혈병은 혈소판 헌혈이 계속돼야 하는데 환자보호자가 알아서 공급해야 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백혈병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만큼 혈소판 공급은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보호자 대부분이 혈소판 공급을 군인이나 경찰에 의존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요.”

한씨는 “아들은 떠났지만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혈소판을 제공해준 경찰관과 전의경 대원, 치료비를 보태준 이웃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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