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壬午年(임오년)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24분


壬午年(임오년)

紀-기록할 기 昨-어제 작 淨-깨끗할 정 跳-뛸 도 躍-뛰어오를 약 奮-분할 분

지금은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여 紀年(기년·연대를 기록함)하고 있다.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삼아 그 전을 紀元前(기원전), 그 후를 紀元後라 부르는데 西洋式 紀年法으로 흔히 西紀(서기)라고 부른다. 매우 합리적이라 초보적인 수학지식만 있어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즉 올해가 2002년이므로 내년은 2003년, 다시 그 이듬해는 2004년, 그리고 昨年(작년)은 2001년이 되며 그 전 해는 2000년…. 이런 식으로 하나씩 더하거나 빼면 된다. 얼마나 간편한가.

하지만 우리나 중국은 본디 干支(간지)를 이용한 干支紀年法을 사용했다. 곧 甲乙丙丁(갑을병정)으로 시작되는 天干(천간·또는 10干이라 함)과 子丑寅卯(자축인묘)로 시작되는 地支(지지·또는 12支)를 하나씩 배합하여 甲子, 乙丑, 丙寅, 丁卯 이런 식으로 도합 60개를 만들어 매년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한 개씩 사용하여 연도를 표기하였던 것이다. 아득히 먼 중국의 殷(은)나라 때부터 사용했다니 벌써 3600년이나 된다.

물론 60년마다 동일한 干支가 반복되었으므로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매 干支에 象徵性(상징성)을 부여하고 특정 動物(동물)을 두어 이를 인간사와 연관지어 해석했던 것은 西紀가 지니지 못하는 특징이라 하겠다.

올해 壬午年은 六十甲子의 19번째 干支다. 壬은 天干의 9번째로 방위로는 北, 五行(오행)에서는 水(물)를 뜻한다. 또 地支가 午에 해당되면 모두 ‘말띠’의 해에 속한다. 그래서 甲午나 丙午, 戊午, 庚午 모두 말띠의 해가 된다. 다만 北은 엄동설한의 매서움을 상징하고, 물은 淨化(정화)를 의미하니 올해는 무질서가 사라지고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다 말은 跳躍(도약)의 상징이니 올 한 해 國運(국운)이 더욱 隆盛(융성)하리라.

그러나 壬午年이 희망만을 안겨주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120년 전인 1882년(高宗 19년) 6월에 일어난 壬午軍亂(임오군란)은 閔妃(민비)의 開化派(개화파)와 大院君(대원군)의 守舊派(수구파)가 대결을 벌였던 사건이었다. 결국 외세를 불러들여 왕조의 종말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干支풀이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노력이 아닐까. 특히 올해는 월드컵과 大選(대선)이 있는 해. 다시 120년 뒤의 후손들이 올해를 어떻게 평가할지, 모두가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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