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강수진의 '카멜리아의 여인'공연, 찬탄-열광 이어져

  • 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08분


《“그녀는 고난을 이겨낸 무대의 아름다운 ‘강철 나비(Iron Butterfly)’였다.” “우리는 오늘 우리 시대의 진정한 프리마 발레리나를 만났다.”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카멜리아의 여인’을 지켜본 팬들은 이처럼 감동의 찬사를 쏟아냈다. 오후 11시경 공연이 끝나자 객석을 가득 메운 4000여명의 관객은 기립박수와 함께 10여분에 걸쳐 15 차례의 커튼 콜로 ‘경의’를 표시했다.》

1999년 이 작품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한 강수진의 절정의 테크닉과 영혼이 들어 있는 연기가 특히 압권이었다. 여기에 세계 5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무대와 정상급 무용수들의 하모니가 발레 팬들을 매료시켰다.

2시간40분간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마르그리트 역의 강수진과 그의 파트너인 아르망 역의 로버트 튜슬리가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춤으로 표현하자 객석에서는 열광적인 박수갈채가 터졌다. 특히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3막에서 두 무용수의 약 10분에 이르는 파드되(2인무)가 이어지자 객석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 만큼 숨을 죽였다.

30일 첫 공연에는 남궁진(南宮鎭) 문화관광부장관, 후버투스 폰 모르 주한 독일대사, 대니얼 자니니 주한 미8군사령관, 김정국(金正國) 문화일보 사장,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 등 각계 인사들이 관람했다. 이날 공연장은 국내 발레계의 축소판이었다. 김긍수(金兢洙) 국립발레단장, 문훈숙(文薰淑) 유니버설발레단장, 박경숙(朴京淑) 광주시립발레단장 등 국내 3개 발레단장을 비롯해 이원국(李元國) 김지영(金志映) 등 발레계를 대표하는 무용수 3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해 말 해외 발레단 입단을 위해 국립발레단을 떠난 김지영은 “99년 독일에서 수진 언니의 ‘카멜리아의 여인’을 두 차례 관람했다”면서 “절정의 테크닉과 드라마틱한 연기력, 부상을 이겨낸 수진 언니의 힘이 돋보이는 감동의 무대였다”고 말했다.

영화배우 신현준과 탤런트 손태영 커플도 공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 출연한 신현준은 “상명대 무용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태영씨에게 이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난해 TV에서 본 강수진의 발에서 한 발레리나의 예술혼을 느꼈다”고 말했다. 손태영은 “현대무용 전공이지만 강수진의 뛰어난 연기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뛰어난 예술적 평가는 물론 두 차례 공연이 모두 매진돼 흥행에서도 국내 발레 공연 사상 유례 없는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31일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세종홀 대연회장에서 강수진의 결혼을 축하하는 리셉션을 갖는다.김갑식기자gskim@donga.com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알림▼

슈투트가르트 발레 ‘카멜리아의 여인’ 31일 입장권을 예약하신 분은 오늘 오후 7시 이전에 세종문화회관 로비 창구에서 티켓을 받으셔야 오후 8시 공연 시작 전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 남편 '서크만'이 본 강수진

“발레리나 강수진은 발레리나고 아내 강수진은 아내다. 발레는 ‘예술’이고 아내는 ‘생활’이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보면 예술도 생활도 ‘인생’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을 사로잡은 터키 출신의 둔치 서크만(42). 그는 강수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는 매니저이기도 하다. 30일 공연 직전 ‘카멜리아의 여인’ 최종 리허설 현장을 지켜보던 그는 아내를 한마디로 “완벽하다(Perfect)”고 평가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강수진은 “남편은 마음이 넓고 유머를 갖춘 따뜻한 남자”라고 화답했다.

둔치 서크만과 강수진은 11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결혼’후에도 이들의 생활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강수진이 ‘연습벌레’인데다 공연 일정이 이어져 신혼을 즐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 처음 만난 발레리나 강수진의 아름답고 진실한 눈에 반해버렸다. 동료 발레리나에서 친구로, 그리고 아내가 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그 동안 어려움은 없었을까?

“오랫동안 만나면서 갈등이 왜 없었겠나. 하지만 많은 문제를 극복하면서 결혼에 이를 수 있었던 것 같다.”

둔치 서크만은 한국인 아내와 문화적 차이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고기 갈비 김치를 좋아하고 강수진도 터키식 생선요리를 좋아하는 등 ‘음식 궁합’도 잘 맞는다는 것.

그는 성악가인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일곱 살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나이가 들자 96년 발레를 그만 뒀지만 현재 만하임 발레단의 발레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서툴지만 “감사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의 사위’였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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