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 日전시 불가" 민족자존심인가 폐쇄주의인가

  • 입력 2002년 1월 24일 17시 40분


‘민족적 자존심을 지킨 것인가, 아니면 폐쇄주의인가.’

문화재위원회가 한일 월드컵 기념 ‘한일 명품교류전’(5∼7월 서울 도쿄에서)의 도쿄 전시에 출품 예정된 국보 287호 백제 금동대향로(사진)에 대해 최근 반출 불허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우리 문화재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의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제출한 문화재 반출 신청 목록을 심의한 결과, 백제금동대향로와 영조어진 등 2점을 반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금동대향로 반출 불허 사유는 그 가치가 대단히 높은데다 향로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가 부족한 상황에서 함부로 해외 전시를 할 수 없다는 것이고 영조어진은 일본 천황 초상화와 격이 같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유물과 교환전시해야 한다는 요지.

한 문화재 전문가는 “일본 국보인 코류지(廣隆寺) 목조반가사유상은 한번도 외국 전시에 출품된 적이 없는데 우리는 그동안 국보급 문화재가 너무 쉽게 해외 전시에 나갔다”면서 “우리 문화재의 자존심을 지키는 차원에서 이번 반출 금지 결정은 잘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문화재위원은 “일본 전시를 하면 백제 향로와 우리 전통문화재의 우수성을 일본에 알리는데 효과적이겠지만 월드컵 때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측은 이번 결정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 한일 공동주최 정신을 살리지 못하는 일로 자칫 전시 자체를 무산시키거나 한일 문화재 교류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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