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멋 모자연출법과 관리

  • 입력 2002년 1월 24일 15시 32분


루이뷔통
디자이너 김삼숙씨는 외출할때 반드시 검은 옷에 잘생긴 중절모 하나를 걸쳐쓰고 나온다. 이 멋스러운 모자에 뭔가 '예술적인 사연'이 있을까 싶어 물었다.

"40대에 접어드니 흰머리가 나더군요. 제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염색을 못해요. 그리고 화장 안하고 이 달덩이 같은 얼굴, 어떻게 들고 나가겠어요. 나이들면 머리카락도 정돈이 잘 안되고.... 모자가 최고에요. 중년이라면 다 공감할 걸요?"

무안할 정도로 뱉어내는 진솔한 대답. 10년전 '아부지' 냄새가 좋아 아버지 모자를 뺏어쓰기 시작한 것이 모자에 맛을 들이게 된 동기였다. 이제 모자 없이는 발가벗고 나가는 느낌이 들 저도다. 강력히 모자를 권하는 김씨가 '중년친구들을 위한 눈높이 연출법'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모자를 쓸까

승마 모자

원래 승마용으로 고안된 ‘라이딩 캡’은 20년 정도는 젊어보이게 하는 ‘묘약’이다. 아들과 함께 쓰고 나란히 걸어가면 ‘큰 형’ 또는 ‘막내 삼촌’쯤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대뼈가 튀어나왔거나 골격이 커서 얼굴이 ‘대형급’인 경우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 모자의 가로폭이 좁기 때문에 앞에서 봤을 때 모자 옆 선의 궤적 아래로 얼굴살이 비어져나와 보이기 때문이다. 얼굴이 작고 긴 스타일의 사람에게는 그만이다. 함께 입는 의상은 정장보다는 캐주얼이 적당하다.

투어링 캡-니트 모자

국내외로 한창 유행이 되고 있는 스타일. 일명 ‘도라구치’로 일반인들 사이에 ‘헌팅캡’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60대 이상의 중후한 노년 신사나 트렌디한 20대 멋쟁이가 아니라면 ‘건달 스타일’로 불량하게 보이기 쉽기 때문에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자신있는 사람이라면 니트 카디건이나 스웨이드 점퍼와 함께 캐주얼하게 코디네이션한다.

남성은 더 남성다워보이고 여성은 더 여성다워보이는 신기한 모자로 일명 ‘레옹 모자’로 통한다. 연출법과 쓰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올 봄, 여름 패션 트렌드인 히피 스타일과도 일맥 상통한다. 구김이 없고 실용적이라서 즐겨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얼굴형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 최대 장점. 얼굴이 큰 사람은 얼굴이 갸름해 보이는 ‘착시현상’도 가능케 한다. 가끔 40∼50대 남성들 중에서 이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회사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평점 80점 이상은 될 정도로 성공적인 아이템.

벙거지 모자-중절모

좁은 종 모양으로 생긴 여성용 모자 ‘클로슈’를 비롯,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된 모자의 한국식 통칭이다. 모자를 처음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무난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타일. 대체로 얼굴 골격이 큰 한국인들에게 잘 어울린다. 최근에는 펠트, 밀짚, 고급 모피 등으로 소재가 다양화되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하지만 나이가 젊어보이게 하는 효과는 전혀 없을 듯하다. 오히려 정직하게 “저 사람은 41세, 저 이는 48세….” 식으로 나이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주목하라. ‘페도라(fedora)’가 정식 명칭이며 키가 10㎝는 커보이게 하는 아이템이다. 얼굴이 큰 사람, 서양인에 비해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동양여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남자들은 정장과 곁들여 입는 것이 좋다. 소재도 고급 펠트지로 만든 것이 좋다. 색상은 모자부터 발끝까지 흑백톤으로 통일시킬 것. 특히 중년의 여인이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우먼다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최고다. “난 뭐든지 자신있다” 라는 도전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버버리 코트나 헐렁한 니트 또는 와이셔츠+재킷과 곁들인다.

카플린-코사크 캡

여배우 소피아 로렌과 영국의 여왕을 떠올리게 하는 높이가 낮고 챙이 넓은 모자. 서구적인 이목구비, ‘주먹만한’ 얼굴, 긴 머리 여성에 잘 어울린다. 당연히 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할 사람도 많고 ‘오버’ 했다가는 후회할 일도 많다. 모자는 챙이 클수록 키가 작아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자 손녀를 본 황혼기의 할머니들이 곱게 파스텔톤으로 차려입은 뒤 멋스럽게 걸쳐쓰면 귀여우면서도 자애로운 분위기가 묻어난다.

러시아 남부 코사크 지방의 민속의상으로 착용됐던 모자로 챙이 없고 키가 큰 모자. 겨울을 겨냥한 컬렉션에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던 아이템이다. 주로 모피를 이용해 보온성을 높였고 키를 커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양복 스타일의 옷보다 가죽, 모피 등의 상의를 받쳐 입는 것이 더 멋스럽다.

▼어떤 색상을 고를까

모자는 신발이나 양말과 함께 색상을 맞추는 것이 가장 멋스럽다. 바지와 같은 톤으로 통일해도 무난하다.

(1)흰색 또는 검은 색〓인디언 핑크색 양말과 색상을 코디한다.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내는 튀는 색 같지만 걸으면서 살짝살짝 보이기 때문에 맵시있다.

(2)베이지 또는 카키색〓외투 속에 목 위에까지 올라오는 빨간색 상의를 입고 빨간색 양말이나 신발과 통일시킨다. 빨강+베이지+갈색은 ‘한 통속’이다. 모자, 양말, 상의에 이 색상들을 적절히 조화해 입는다.

(3)감색 모자〓베이지색 상의와 신발, 감색 바지와 통일시킨다. 깔끔하고 도시적이다.

(4)검은색 모자〓어떤 색상의 옷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검은색 상하의에 검은모자는 ‘최고의 멋쟁이’ 아니고서는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느껴진다. 이 경우 회색 모자로 힘을 빼준다.

(5)흰색 모자〓날씨가 따뜻해지면 화이트를 떠올려보자. 나뿐만 아니라 남도 시원해 보인다. 검은 색 상하의에 흰색모자가 베스트 아이템. 흰색은 올 봄 여름 유행 칼라이기도 하다. 흰색으로 상하의를 갖췄을 경우에는 베이지색 모자가 적당.

▼어떻게 손질하나

면으로 만든 캐주얼한 모자와 달리 고급 모자의 대표적인 소재로 꼽히는 펠트모자는 보관이 쉽지 않다. 펠트천이란 울이나 털에 열, 압력을 주어 만든 것. 모자 전문업체 ㈜세기밀리너 김공주씨는 “부분적으로 때가 탔다면 솔벤트를 천에 묻혀 닦아내고 더러움이 심하다면 드라이클리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펠트모자 가운데 딱딱하게 틀이 잡혀있지 않아 모양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소프트햇’의 경우 쓰기 전에 수증기를 살짝 쐬어준 뒤 모양을 다듬으면 된다. 모자를 오래 쓰기 위해서는 쓸 때마다 부드러운 브러시로 살살 빗어준다. 보관할 때는 따로 모자 상자에 넣어두는 것이 가장 좋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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