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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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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강내희(영문학), 충북대 유초하(철학), 경희대 도정일(영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심광현(미학)교수, 그리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미술감독을 맡았던 송윤회씨와 서울여자간호대 최남희 교수(간호학·사진) 등이 이 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다.
소장을 맡고 있는 최윤희 교수를 만나 ‘해석학적 내러티브’의 이론과 성과를 들어봤다.
최 소장에 따르면 해석학적 내러티브란 자기 삶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함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면서 삶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고 삶에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정신분석이 이미 정답을 가지고 상대를 분석해 들어가는 데 반해 해석학적 내러티브는 함께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공인 동시에 이야기의 저자로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삶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삶에 영향을 주는 각 분야 담론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의 삶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증 환자의 경우 예전에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수술을 마친 후 그 병을 일으킨 문화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 환자에게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도록 하는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문화 요인을 찾아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최 소장은 의사와 간호사도 이제 지식독점자의 권위를 버리고 환자와 함께 환자를 이해하고 환자 스스로 병을 치료하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할 때 화자도 자기 삶을 그들과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과학의 위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만으로는 곧 한계에 도달할 거예요. 이제 과학기술을 인간에게 맞도록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성과와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죠.”
해석학적 내러티브는 단순히 정신적 치료의 방법으로 이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서양 동화에 익숙해서 서양식 이야기 구조에만 길들여지는 아이들에게 우리 동화를 통해 우리 문화를 익히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고, 노인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 써 마음에 맺힌 것들을 풀어내게 하는 등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0년 12월 문을 연 이 연구소에는 월례 세미나와 함께 해석학적 내러티브를 실천에 응용하는 워크샵(집중과정)도 마련하고 있다. 02-6324-7671
김형찬 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