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바미안 石佛 환생한다…탈레반 작년 3월 파괴

  • 입력 2002년 1월 3일 17시 38분


파괴전모습
파괴전모습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파괴했던 세계 최대의 마애석불(磨崖石佛)인 ‘바미안의 석불’이 환생(還生)한다.

지난해 3월 우상 파괴라는 미명 아래 훼손돼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인류 문화유산이 아프간 과도정부에 의해 다시 복원되는 것. 라힌 마크둠 아프간 문화장관은 지난달 30일 세계 최대 규모인 높이 53m 및 37m의 거대석불을 모두 재건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과도정부는 올 5월까지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마련키로 하고 실물의 10분의 1 크기 복제 기념품을 만들어 필요한 재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불교국가들의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세계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유네스코는 인류문화적 가치가 큰 석불을 원 상태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석불 훼손 현장에 대해 보름간에 걸쳐 정밀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탈레반 정권의 훼손과정이 상세히 드러났다.

탈레반은 거대 석불을 파괴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와 수단 등 아랍국가들의 암반파괴 전문가들을 동원해 나흘간에 걸쳐 철저하게 파괴했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탈레반 정권은 이후 파괴된 석불을 방치해 산산조각난 잔해마저도 대부분 파키스탄과 일본 등으로 밀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MSNBC닷컴 보도에 따르면 석불은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지시에 따라 파괴됐지만 대부분의 아프간인은 물론 현지 문화국장 등 탈레반 정권의 일부 인사들마저 석불 파괴에 반대했다고 한다.

바미안 계곡의 사암 절벽에 새겨진 2개의 바미안 석불은 헬레니즘 양식의 영향을 받은 수작으로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큰 보물로 평가되었다. 2∼5세기경 쿠샨 불교 왕조 때 축조됐다. 아프간에 불교가 융성했던 6, 7세기경에는 바위 속에서 울리는 신비스러운 설교를 듣기 위해 중국과 인도의 신도들이 운집했다. 당시 50cm가 넘는 비공(鼻孔)을 통해 울려 퍼지는 설교소리는 웅장함과 함께 외경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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