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미당 1주기 맞아 묘비제막-시화전등 다양한 추모행사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7시 53분


24일은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1915∼2000) 선생이 “괜찮다, 괜찮다”는 말을 남기고 ‘동천(冬天)’으로 떠난지 1주기가 되는 날. 이날을 전후해 그를 추모하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마련된다.

1주기 기념식은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주관으로 23일 오후 2시 전북 고창군 선운리 선영에서 묘비 제막식과 간소한 묘제가 열린다. 미국에 거주하는 두 아들은 참석하지 못하고 고인을 따르던 문인들이 자리를 지키게 된다.

길이 1m 가량의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진 묘비에는 미당의 시 ‘무등을 보며’ 중반부가 미당 친필로 새겨졌다.

당초 묘비문은 유명 작가에게 맡기려 했으나 “미당의 묘비를 쓸 수 있을만한 문장가는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져 미당의 시로 대신했다는 후문이다.

“청산(靑山)이 그 무릎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 밖엔 없다 /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 더러는 앉고 /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어라 //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럼히 우러러보고 /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무등을 보며)

이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을 위해 23일 오전8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문의 한국문학연구소. 02-2260-3501.

고인의 추모 시화전도 마련된다.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서림화랑(02-514-3377)에서 열리는 제15회 ‘시(詩)가 있는 그림전’. 이만익, 강우문, 김영재, 오승윤, 김일해, 장리규, 이희중 등 화가 12명이 20여점을 전시한다.

달마제에서 바라본 전북 고창의 미당문학관과 미당 묘비에 새겨진 미당의 육필원고

이들은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 ‘선운사 동구’ ‘푸르른 날’ 등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화가 강우문씨는 미당의 말년작품인 ‘겨울 어느날의 늙은 아내와 나’를 소재로 그림을 제작했다.

이만익과 오승윤씨는 똑같이 ‘국화 옆에서’를 내놓았다. 이씨는 강렬한 색채로 누님과 국화를 대비해 표현했고, 오씨는 담백한 묵선으로 국화 꽃잎을 클로즈업시켰다.

‘미당 사단’의 산실이었던 동국대는 내년 하반기에 해외 한국학 연구자를 초청해 미당 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학교 부설 한국문학연구소는 시 산문 학술서 등 60권에 달하는 미당 관련 저작을 향후 10년간에 걸쳐 전집으로 출간할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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