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주지되려면 시험보세요" 조계종 올 첫 '3급 승가고시'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18분


앞으로 불교 조계종 사찰의 주지가 되려면 종단에서 실시하는 승가고시에 합격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계종은 1일 경북 김천 직지사에서 10년 이상된 스님 550명을 대상으로 3급 승가고시를 실시, 이중 321명을 합격시켰다. 3급 승가고시는 조계종 종헌(宗憲) 종법(宗法)에 규정은 있었으나 실제로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 고시를 통과한 스님들에게는 지방 본사(本寺)에 딸린 말사(末寺)의 주지, 지방 본사 및 중앙의 각 국장 등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조계종에서는 1962년 종단이 출범한 이래 그동안 5급 및 4급 승가고시만 시행돼 왔다. 5급 승가고시는 처음 출가해 사미계를 받기 전 그 자격을 판가름하는 시험이며, 4급 승가고시는 사미계를 받은 이후 4년 이상의 기본교육을 이수한 스님이 비구계를 받기 전 그 자격을 가리는 시험이다.

조계종 교육원장 무비(無比)스님은 “현재 승가고시 제도는 고려 및 조선시대의 승과(僧科)고시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그 본래 취지를 현대에 맞게 계승한 것”이라며 “그러나 고려 및 조선시대의 제도는 정부가 주도해 승려를 육성하면서 동시에 통제한 것이라면 현재의 제도는 종단 스스로 자주적으로 결정해 시행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2급 및 1급 승가고시도 규정돼 있지만 실시는 아직 요원하다. 2급 승가고시는 승랍 20년 이상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중앙의 부장, 교육기관의 최고 책임자 등의 자격을 판가름하는 시험이며, 1급 승가고시는 지방의 각 본사주지 자격 등을 가리는 시험이다. 무비 스님은 “올해 3급 승가고시 합격자들이 법랍 20년을 맞는 2010년부터는 2급 이상 승가고시 시험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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