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立 冬(입동)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31분


立 冬(입동)

冬-겨울 동 曆-책력 력 霜-서리 상 降-내릴 강 蟄-움츠릴 칩 芒-싹 망

24節氣(절기·일명 節候라고도 함)는 고대 중국에서 농사와 기상의 상관관계를 설정한 일종의 農事曆(농사력)이다.

천문학상으로는 지구의 공전 궤도를 24개의 지점과 일치시킨 것으로 黃道 360도를 24등분하여 15도마다 하나의 節氣를 두어 24節氣를 얻고 이 중 6節氣를 한 계절, 사계를 1년으로 삼은 것이다. 立春, 雨水에서 시작하여 小寒(소한), 大寒까지 도합 24개의 節氣를 두어 반달마다 찾아오도록 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24節氣는 春秋時代(춘추시대) 黃河(황하) 流域(유역)에서 유래하였으며 당시에는 春分(춘분), 夏至(하지), 秋分(추분), 冬至(동지)만 있었던 것이 그 뒤 점차 세분되어 秦漢(진한)시대에 와서 完成되었다고 한다.

24節氣는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계절과 관계되는 것으로 立春, 立夏, 立秋, 立冬이 있는데 이들은 각기 계절의 ‘시작’을 뜻하며 二分(春分, 秋分)과 二至(夏至, 冬至)는 계절이 ‘꺾이는’ 것을 뜻한다.

또 기온을 뜻하는 것으로 小暑(소서), 大暑, 處暑(처서), 小寒, 大寒, 白露(백로), 寒露, 霜降(상강)이 있고 사물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驚蟄(경칩·만물이 생동하기 시작함), 淸明(청명·초목이 푸르고 날씨가 화창함), 小滿(보리가 성장함), 芒種(망종·보리가 성숙함)이 있으며 날씨와 관계되는 것으로는 雨水, 穀雨(곡우), 小雪, 大雪이 있다.

立冬은 入冬, 즉 겨울에 들어섰음을 뜻한다. 실제로 우리의 史書에서는 立冬을 入冬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24절기 중 19번째로 매년 양력 11월 7, 8일에 해당된다. 과연 이 때가 되면 늦가을을 지난 날씨가 제법 살갗을 파고든다. 서리가 내린다는 霜降이 지난 지 보름, 이제 단풍도 마지막 모습을 감추려 하며 거리에 뒹구는 낙엽이 더욱 스산함을 느끼게 하는 때이기도 하다.

立冬이 특별한 節氣는 아니지만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만큼 이 때가 되면 집집마다 손놀림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대체로 이 때를 기다려 김장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立冬을 전후하여 김장을 담가야 제 맛이 난다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立冬이 지나 오래 되면 얼어붙어 싱싱한 재료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이 立冬, 공교롭게도 修能試驗日(수능시험일)과 겹쳤다. 入試寒波(입시한파)라 하여 그렇지 않아도 매년 이맘때만 되면 전국이 온통 얼어붙었는데 올해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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