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토토로'와 상상속으로…'스튜디오 지브리' 탐방기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45분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60)감독의 작품 세계를 재현한 ‘스튜디오 지브리 미술관’이 최근 일본 도쿄(東京) 미타카(三鷹)시에 문을 열었다.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스튜디오 지브리와 일본TV가 공동으로 건설해 미타카시에 기부한 이곳은 공립으로서는 일본의 첫 애니메이션 전문미술관. 이곳은 미야자키 감독의 상상력을 맘껏 즐길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개장초기부터 관람객이 쇄도, 이미 12월까지 예매권이 거의 매진된 상태.

우선 도쿄도립 이노카시라공원의 서쪽 울창한 숲에 들어서면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커다란 토토로 인형이 가짜 접수대에 앉아 입장객을 환영한다. 토토로의 안내로 조금 더 들어서면 노란색 분홍식 초록색 등 파스텔톤의 둥근 건물이 성큼 나타난다.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부지 1210평, 연건평 1060평)로 옥상에는 정원이 있고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로봇 병사가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건물 내부는 미야자키 감독의 아이디어가 밀집한 환상과 미로의 세계. 입구에서는 스테인드 글래스로 된 벽과 둥근 천정에 그려진 토토로나 나우시카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손님을 맞이한다. 중앙 홀은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가운데 천정이 뚫린 형태. 밑에서 올려다 보면 나선형 계단이나 유리 엘리베이터, 공중복도 등 신비한 공간이 펼쳐진다. 유리돔으로 된 천정에서는 노란 고래가 빛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지하 1층에 있는 영화관 ‘토성좌’는 미야자키 감독의 오리지널 단편 애니메이션이 종일 상영된다. 현재 상영작은 ‘고래잡이’. 80석 규모인 이 영화관의 좌석은 빨간 벤치, 천정은 파란색으로 돼있고 영화가 끝나면 창문이 열리고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1층 상설전시실 ‘영화가 태어난 곳’에서는 5개의 방으로 나누어 아이디어 단계에서 한편의 애니메이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첫번째 방 ‘영화가 시작되는 곳’에서는 일러스트나 스케치가 빈틈이 없을 정도로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미야자키 감독이 좋아하는 책이나 물건도 널려 있고 천정에는 모형비행기가 매달려있다.

또 기획전시실에서는 최근의 히트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작시 사용했던 원화나 그림대본, 제작 스케줄표나 연락메모 등도 전시돼 무대 뒷모습을 엿볼수 있다.

2층의 ‘고양이 버스’방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고양이 버스는 푹신푹신한 느낌의 헝겊으로 실제 크기보다 작게 만들어졌는데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고 맘대로 타고 놀수 있다.

이 미술관의 관주(館主)를 맡고 있는 미야자키 감독은 “관람객을 통제하기 보다는 맘껏 소품을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재충전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神)'으로 불릴만큼 흥행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감독. 한국팬에게는 TV만화 ’미래소년 코난’(1978년)으로 친숙해졌고 최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 ’이웃의 토토로’(1988년)가 개봉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1997년작 ’원령공주’를 통해 일본 영화로는 일본내 최고 흥행기록(1430만명)을 세웠으나 올해 개봉한 그의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다시 신기록 행진(1600만명)을 하고 있다. 휴머니즘과 환경 문제, 생명 등 보편적인 주제로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도쿄〓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