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가 O-157균 죽인다

  • 입력 2001년 10월 19일 00시 00분


모유(母乳)에 있는 유산균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O-157균과 살모넬라균 등 각종 세균을 박멸하는 뛰어난 항균 효과를 지닌 사실이 국내 학자에 의해 입증됐다.

서울대 수의대 미생물학교실 박용호(朴龍浩·사진) 교수는 18일 “모유에서 분리한 ‘좋은 세균’인 루테리(reuteri)균이 O-157균을 비롯해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 포도상구균 등 ‘유해 세균’을 물리치는 강력한 항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팀은 루테리균과 기존의 유산균 4종을 배양한 다음 배양액의 일부를 살모넬라균과 O-157균 등 7종의 유해 세균이 든 시험관에 넣고 36시간이 지나 확인한 결과 루테리균을 넣은 시험관에는 유해 세균이 모두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유산균을 넣은 용기에는 유해 세균이 대부분 또는 일부가 살아 있었다는 것.

특히 이번 실험에서 루테리균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살모넬라균도 박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루테리균은 루테린(reuterin)이라는 항균 물질을 만들어 유해 세균을 퇴치한다”면서 “특히 이번 실험에서 루테리균은 인체 온도인 37도에서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하며 인체 내 단백질 분해효소나 산성도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대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요구르트 등에 들어가는 유산균은 유해 세균을 억제하는 데 그쳤지만 루테리균은 세균들을 박멸하는 효과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를 이용한 건강식품이 곧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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