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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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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에서 개막된 제4회 세계무용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다음달 3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베자르가 12일 레만 호(湖)가 내려다보이는 스위스 로잔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작은 키에 적당히 배가 나온 모습이 여느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느낌을 주었지만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는 왜 모두가 그를 거장으로 일컫는가를 짐작케 하고도 남았다.
한국에 이어 중국과 대만에서도 첫 공연을 갖게 될 그의 표정은 이번 아시아 투어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베자르 발레단을 이끌고 내한 공연을 갖게 된다.
베자르는 “당신의 첫 국내 공연이 기대된다”는 기자의 인사말에 “나 역시 그렇다”며 번번이 불교식으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해 보였다. ‘바쿠티’ ‘가부키’ 등 인도와 일본의 전통 문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 그는 동양철학을 공부했던 아버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한 시간 여 지속된 인터뷰에서 그는 단순한 질문에도 다분히 철학적인 대답으로 응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안무를 삶, 사랑, 그리고 죽음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집약시켰다.
“확실한 건 우리가 현재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각자 어떤 삶을 영위하건 누구에게나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영혼과 육체를 만나게 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이죠.”
그의 작품은 고전과 현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고전발레와 모던발레는 물론, 모차르트와 ‘퀸’의 음악을 두루 도입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스스로는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을까.
“혹자는 내가 모던 발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들 하지요. ‘모던’이란 무엇일까요? 토슈즈를 벗고 하는 발레가 모던발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난센스지요. 모던이란 형태나 형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팔 동작 하나를 어떻게 하느냐로 고전발레와 모던발레의 차이를 논할 수는 없다고 봐요. 형식을 떠나 내가 만든 무용이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모던’의 정의겠지요.”
그의 안무에는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동작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가 무용수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테크닉은 무엇일까?
“테크닉을 잊는 게 가장 중요한 테크닉입니다. 테크닉을 잊으려면 테크닉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해요. 의식하지 않을 때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진정한 무용이 나오는 것이지요.”
예술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써 그의 삶이 궁금했다.
“예술과 생활을 분리해서 내 삶을 설명할 순 없어요. 나와 무용은 하나입니다. 말하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잠들지 못하는 것, 심지어 악몽까지 포함해 내 삶의 모든 게 곧 춤이지요. 춤을 빼고 나면 나는 허깨비에 불과해요.”
서울에서 공연할 작품 ‘삶을 위한 발레’는 1997년 파리에서 초연된 것으로 이번 세계 공연을 위해 쉽고 대중적으로 제목을 바꿔 달았다. 이 작품은 11일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로잔(스위스)〓김수경기자>skkim@donga.com
▼모리스 베자르 약력▼
△1927년 1월1일 프랑스 마르세이유 출생
△1945년 무용가로 데뷔 이후 ‘스웨덴 왕립 발레단’ 등과 함께 순회 공연
△1953년 ‘에투알 발레단’(후에 ‘베자르 발레단’으로 개칭) 설립
△1959년 스트라빈스키의 명작 ‘봄의 제전’을 발레로 만들어 대성공
△1960년 브뤼셀 왕립극장 소속 ‘20세기 발레단’ 창립 및 예술감독
△1970년 ‘불새’, 1975년 ‘우리들의 파우스트’ 각각 공연
△1987년 브뤼셀 왕립극장과의 불화로 스위스 로잔으로 근거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