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세븐라이너, 김남주의 예쁜다리 전략?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6시 49분


다리미용기구 지엔텍의 '세븐 라이너' 광고는 표나지 않게 은근슬쩍 여성들의 시선을 당긴다. 이 은밀한 시선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컴플렉스와 부러움이 동시적으로 녹아든다.

카페 쇼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김남주와 친구. 친구도 김남주에게 뒤지지 않는 도회적인 세련된 차림에 미모를 갖춘 여성이다. 둘 다 다리를 드러내놓고 있는 상황. 친구가 갑자기 테이블보를 스윽 당겨서 자신의 다리를 가린다.

김남주는 고양이처럼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테이블보를 제자리로 옮기고 친구는 굴하지 않고 또 당긴다. 급기야 김남수의 손이 매섭게 '하지마'의 뉘앙스로 친구 손을 찰싹 때리지만..친구는 화라락 테이블보를 당겨 커피잔을 와장창 깨버리고야 만다.

그러더니 흑!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투덜댄다. '왜 내가 다니는 학교는 다 언덕 위에 있었을까'라며 뜬금없이 학교를 슬쩍 물고늘어진다. 이렇게 환경을 탓해보지만 예쁜 다리를 가진 김남주가 얄미워진다. 한번 쫘악 야려보는 친구.

친구의 시샘을 장난스럽게 맞받아치던 김남주는 그야말로 흐뭇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본다. 시청자에게 예쁜다리의 비법을 알려준다. '난 세븐라이너 했다'고. 이때 친구는 토라져서 획, 나가버리면서 엔딩.

이야. 세븐라이너의 등장은 우선 놀랍다. 그간 익숙하게 봐온 미용 도구는 화장품이 절대적이다. 다리미용기구는 케이블이나 쇼핑몰에 등장할 법한 음지에 가까운 제품이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 여성 95% 정도가 다리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드러내기는 민망한 것이다.

이런 연유로 김남주의 모델 캐스팅은 절묘하다. 그녀의 매끈하게 뻗은 빼어난 각선미도 중요한 요소지만 이번에는 당당한 이미지가훨씬 더 어필하는 포인트다. 그녀는 다리 디자인에 대해서도 시원시원하게 말할 수 있다. 쉽게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세븐라이너 광고의 방식은 '보여주기' 다. 상황을 제시하고 시청자를 향해 판단은 당신이 하세요라고 열어둔다. 하지만 이 열어둠은 자신만만한 웃음이 스며있다. 게다가 웃음의 코드를 바탕색으로 깔고 간다. 이 열린 장치와 웃음을 자아내는 가벼움이 고도의 전략이다. 여성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예민한 부분이므로 코믹한 터치로 접근하는 것이다.

김남주와 친구가 벌이는 시선 부딪히지 않고 벌이는 신경전은 여자의 심리를 잘 포착한 컨셉이지 않는가. 물건을 놓고, 미모를 놓고, 여자들은 가끔 뒤끝 없는 힘겨루기를 한다. 아마 그 친구는 다시 돌아와 김남주에게 상의를 할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마음이 무겁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과 끊임없이 아름다움에서 소외되는 자의 간격이 더더욱 멀어지고 있어서. 많은 여성분들이 한숨을 내쉴까봐. 사실 한국여성의 전형적인 체형이란게 매끈한 다리를 갖기 어렵다. 빵빵하게 때리는 공중파 다리디자인 광고에 이렇게 중얼거리지 않을까.

"으아 맙소사! 이제는 얼굴도 모자라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받겠군."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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