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곡학아세' 소설화 자조의 표현"중단편집 펴낸 이문열

  • 입력 2001년 10월 10일 23시 31분


소설가 이문열씨(53)가 중단편 작품집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아침나라)를 10일 출간했다. 이씨는 94년 중단편 소설집 ‘아우와의 만남’을 펴낸 적이 있으므로 이번 책은 7년만에 내놓는 중단편집이다.

이 책에는 얼마전 이씨가 추미애 국회의원과 벌인 곡학아세 논쟁을 다룬 단편소설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가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신작 단편 ‘김씨의 개인전’ ‘그 여름의 자화상’과 96∼98년 발표한 세 편 등 여섯 편의 중단편소설을 실었다.

10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씨는 이 책을 펴내게 된 배경과 최근 심경을 밝혔다.

이씨는 곡학아세 논쟁을 소설화한 동기에 대해 “논쟁 관련 내용은 작품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것도 소설에 사용된 소도구일 뿐”이라면서 “이 작품은 나이 먹어서까지 세상과 싸우는 내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곡학아세 논쟁을 다룬 단편소설 ‘술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는 이번 작품집에 실리기 전에 문학잡지인 ‘현대문학’에 먼저 발표된 것.

이씨는 이 가운데 표현이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이번 작품집에 수록하면서 일부를 수정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처음 발표된 신작 단편 ‘그 여름의 자화상’은 해방 직후 2,3일간 혼란기 모습을 통해 친일파 범위 설정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씨는 “소설이란 근본적으로 시대와의 불화(不和)를 다루는 예술”이라면서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소설 내용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이 현실 문제에 대한 문학적인 대응이며 나머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소설이 현실의 민감한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데다 그간 ‘반공(反共)작가’라는 등의 근거없는 오해 때문에 나의 진의가 왜곡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소설들에 대해 “장편소설을 쓸 만큼 공을 들여 다채로운 소재와 주제, 스타일 담았다”면서 문학적인 완성도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작품 이외의 방법으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곧 에세이집을 발표한 뒤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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