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운행중단 새풍속도]주말 쇼핑차량 50% 급증

  • 입력 2001년 7월 8일 19시 22분


이웃끼리 '카풀'
이웃끼리 '카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이달부터 백화점 셔틀버스의 운행이 중단된 이후 시민들의 백화점 쇼핑에 갖가지 새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또 승용차 고객이 급증하는 바람에 도심 교통체증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만명의 셔틀버스 운전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새 골칫거리로 등장했는가 하면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자유시장과 평화시장 입주 상인들은 단속을 당하더라도 셔틀버스 운행을 계속하겠다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다.》

▽백화점 주변도로와 새 풍속도〓8일 서울 중구 L백화점 앞 6차로 도로는 오전 11시경부터 정체가 시작된 뒤 오후 1시가 넘으면서부터는 거의 주차장처럼 변해버렸다. 백화점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2개 차로를 완전히 점령했다.

밀려드는 차들을 안내하느라 점심도 못 먹었다는 백화점 직원 김모씨(31)는 “세일기간이 겹친 주말이기도 하지만 쇼핑객들이 몰고 나온 차량이 평소 주말보다 5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L백화점으로 연결되는 가야로와 중앙로 전포로 등 주요 도로도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6일부터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간 광주(光州)지역 백화점 주변도로 역시 주말인 7일과 8일 승용차와 택시 등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강북구 C백화점 지하 식품부에서 일하는 김모씨(35)는 “셔틀버스 운행 중단 이후 실제 식품매장 고객은 작년 세일 때보다 30% 정도 떨어진 것 같은데 다들 자가용을 갖고 나오다보니 혼잡은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사는 주부 서희석씨(38)는 지난달까지는 집 앞까지 오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백화점 장보기가 아주 편리했으나 이제는 아예 인근 슈퍼마켓이나 24시간 열어놓는 대형 마트를 이용한다.

일산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셔틀버스 운행 폐지 이후 낮 시간대의 ‘아줌마 쇼핑족’보다 야간에 가족이 차를 몰고 나오는 ‘가족 쇼핑족’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웃끼리 카풀을 하는 것도 두드러진 모습.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사는 김재인씨(30·여)는 “이웃끼리 차를 돌아가며 몰고 나가 일을 본다”며 “아예 자전거를 사서 쇼핑 다니는 주부도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측 대응〓소비자들의 쇼핑형태 변화에 대해 백화점측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고객이탈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은 수도권의 모든 지점에 150명의 직원을 동원, 인근 지하철역까지 상품 배달서비스를 실시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선착순으로 지하철 표를 나눠주고 있다.

일산의 C백화점도 식료품을 4만원 어치 이상 구입하는 고객에게 집까지 물품을 배달해주고 있다. L백화점 광주(光州)점의 경우 백화점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비디오테이프를 무료로 빌려주는 ‘비디오 프리숍’을 운영하고 있다.

▽셔틀버스 운전사들 움직임〓셔틀버스 운행 중단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셔틀버스 운전사들. 이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운행하던 버스도 명의는 백화점 앞으로 되어 있지만 운전사들이 지입 형태로 할부금을 부어온 경우가 많아 그동안 부어오던 할부금마저 날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 롯데백화점 셔틀버스 운전사 60여명은 4일부터 잠실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생존권 보장과 지분 회수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 중이다.

부산지역 311대의 셔틀버스 운전사들도 최근 부산시 등 관련기관에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뚜렷한 조치가 없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움직임이다.

<김정안기자·부산·광주〓조용휘·정승호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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