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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1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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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청에 따라 그동안 사문화됐던 부부재산계약제도가 부활하게 됐으며 대법원은 예비부부들의 신청이 잇따를 것에 대비, 관련 규정과 절차의 정비에 나섰다.
▽계약 내용〓부부재산계약 ‘국내 1호’의 주인공은 인천시에 사는 김모씨(29·공무원)와 장모씨(29·여·회사원) 부부.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김씨 부부는 21일 부부재산계약서와 부부재산목록을 작성해 주소지 관할 등기소인 인천 남동등기소에 부부재산계약 등기를 신청했다. 김씨 부부의 계약과 등기 신청은 인터넷 법률회사인 ㈜로서브(대표 이동호·李東虎)가 무료로 대행했으며 김씨 부부는 등기절차가 끝나는 대로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다.
김씨 부부가 3개월에 걸친 협의끝에 마련한 계약 내용은 파격적이다.
우선 혼인중 취득한 재산은 모두 부인 장씨 명의로 등기하기로 했고 부부의 모든 수입(퇴직금 포함)과 공유재산도 장씨가 처분 및 관리하기로 했다. 또 남편 김씨는 장씨의 사전 동의 없이는 빚을 얻거나 보증을 설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김씨의 채무에 대해 장씨는 어떠한 연대책임도 지지 않기로 했다.
나아가 이혼할 경우 혼인중 취득한 재산은 남편 김씨와 장씨가 3:7의 비율로 나누기로 했고 자녀의 양육권은 장씨가 갖기로 했다.
‘불평등계약’이라고 할 정도로 부인에게 큰 양보를 한 김씨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평등한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 계약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아직 우리나라 부인들은 결혼후 경제권을 남편에게 빼앗기고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젊은이인 우리는 그들과 다르게 살기 위해 내가 남편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의미와 전망〓법조계와 여성계는 앞으로 부부재산계약제도가 활성화되면 여권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은순(崔銀純)변호사는 “이 제도를 이용하면 상대적 약자였던 여성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보다 자신감 있게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의 계약내용은 등기 즉시 제3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부부중 일방이 계약을 위반하고 제3자와 맺은 계약은 무효가 된다고 로서브측은 밝혔다. 또 부부중 한쪽이 계약내용을 바꾸려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며 등기된 계약서는 이혼때 재산분할 및 자녀 양육권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된다.
남동등기소 배기준(裵起準)소장은 “대법원과 긴밀히 협의해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를 확정, 이른 시일 내에 김씨 부부의 등기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6월23일 결혼하는 결혼정보회사 ㈜듀오 직원 이상호씨(36)부부도 조만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등기신청을 할 계획이다.
문의www.lawserve.com, 02-3472-1212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