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설치미술가 황수로씨 "지방문화 차별 말라"

  • 입력 2001년 4월 27일 21시 27분


원로 여류 설치미술가가 지방에 대한 문화적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부산에서부터 시작하는 생애 마지막 전시회를 연다.

평생 부산에서 활동해온 황수로(黃水路·66·여)씨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부산 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실크로드를 주제로 한 ‘실크로드의 새벽’을 연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마친 뒤 6개월안에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2차례 더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지방의 문화가 서울로 올라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부산은 사실상 실크로드의 동쪽 끝 종착지이자 시발점이어서 그는 전시회의 제목과 함께 더욱 깊은 의미를 두고 있다.

꽃꽂이의 대가였던 그는 설치미술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70년대 말부터 대나무를 이용한 설치미술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방 예술가라는 낙인이 찍혀 냉대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95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 코엑스에서 전시회를 열고 큰 호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 모나코 등 10여개국에서 전시회를 열어 국제적인 명성도 얻었다. 그렇지만 그는 지방문화의 발전을 위해 서울로 가지않고 끝까지 부산에 남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실크로드의 구도자 △실크로드의 새벽 △실크로드의 꽃 △실크로드의 빛 등 4개의 작은 제목으로 12점이 전시된다.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전시회 준비를 위해 10년간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인도 그리스 이집트 등 15개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대나무 뿐만 아니라 공기,흙,빛,물 등을 자연의 기본이 되는 물질과 첨단 과학의 테크놀로지까지 가미해 모험적이고 실험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단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중앙무대에서 소외되고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생애 마지막 전시회이기 때문에 모든 정열과 혼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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