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안 음악교육]'체르니' 몰라도 리듬감 '쑥쑥'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49분


《“자동차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놨더니 아이가 무릎을 손으로 치면서 기쁜 표정으로 감상하더라고요.” 주부 황수민씨(29·경기 용인시 수지읍)는 요즘 28개월된 딸 신민경양이 음악을 즐기고 노는 것이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당장 피아노를 잘 치거나 노래를 썩 잘 부르지는 않지만 딸아이가 음악을 접하는 흥미진진한 표정이 맘에 들기 때문. 황씨는 민경양과 함께 요즘 ‘창의적 음악성’을 키워준다는 한 문화센터의 음악교실에 나가고 있다.》

'제도권 음악’에 반기를 든 음악교육법이 속속 대중화되고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유아들의 음악학습, 그 중에서도 피아노 학원의 필수교재로 여겨졌던 ‘바이엘’ ‘체르니’ 등을 거부하고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보다 더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다.

‘아마데우스클래스 음악교육연구소’ ‘한국 뮤직아이 교육연구소’ ‘한국오디에이션 음악교육센터’ 등이 최근 활발한 대안음악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곳. 악기의 반복학습과 주입식 수업 전달방법을 통해 기능인을 양성하는 게 아니다.

리듬감이나 절대음감을 빠른 시간에 익히도록 유도해 다양한 ‘반응’과 ‘감정표현’, 혹은 그에 걸맞은 ‘문화적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

이들 음악교육연구소들은 아이들이 3세 이전에 절대음감의 90% 이상을 익히는 점을 감안해 유아기에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음악감상법을 체득하도록 해주면 나중에는 전혀 모르는 음악을 들어도 음계를 떠올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수업방식도 ‘체르니 40번을 얼마 만에 떼느냐’와는 관계없다. 엄마와 유아가 함께 듣는 ‘아마데우스클래스’의 경우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전에 허공에다 손을 놀리며 건반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도록 한다. 대신 자기가 생각하기에 즐거운 부분은 ‘오버액션’을 통해 과장되게 치고, 썰렁한 부분은 건조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등 노래 중간중간의 음색변화에 따라 손동작이 수시로 변한다.

다양한 동물 울음소리를 들려주면 아이들이 그 소리를 똑같이 흉내내거나 나름대로 그에 맞는 표정과 동작을 지어 보인다.

노래에 맞는 박수나 댄스를 통해 리듬감을 익히는 것도 주요한 과정. 미국 독일의 리듬교육, 음감익히기 교육이 벤치마킹 대상이었지만 우리 실정에 맞게 국악이나 동요를 박자에 맞게 익히는 과정도 있다.

뮤직아이연구소와 오디에이션센터도 아이들의 청음능력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클래식 음악감상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은 기본.

아마데우스클래스연구소의 성진희 소장은 “진정한 음악교육은 영어 수학처럼 ‘진도’에 집착해서는 이뤄질 수 없다. 유아기의 음악교육은 성인이 되어서도 늘 음악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 ‘적응능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