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이 책은 토론을 찬반 양쪽이 참여해 일정한 룰을 지키면서 결론을 얻는 행위로 규정한다. 만약 룰이 없거나 어느 한쪽이 지키지 않는다면 ‘말 싸움’으로 변질되거나 억압과 폭력에 의한 강요가 되기 때문이다.
응용언어학자로 포항공대에서 실용 논리 교과목을 처음 개설해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안건의 제시―결론―이유―설명―반론꺾기―정리로 이어지는 ‘6단 논법’을 토론의 룰로 제안한다.
우리의 토론문화가 척박한 것은 결론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 설명 반론꺽기 등의 과정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장소를 뷔페식당으로 할지, 횟집으로 할지 옥신각신하던 두 연인. 둘의 대화는 “그럼, 자기 맘대로 해”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 말은 자신의 의견을 철회한다는 표현이면서 “너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책은 토론기법을 주로 다루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룰이 있는 토론이야말로 국력”이라며 룰이 지켜지는 토론문화의 힘을 강조한다.
이 책은 저자가 강의 중 경험한 여러 사례를 들어 고정관념, 위험한 2단 논법, 다수의 횡포 등 건강한 토론을 막는 함정들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