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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0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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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평화의 메신저로 불리는 달라이 라마. 2년에 한번 망명지인 다람살라에서 ‘마음과 삶’이라는 모임을 갖는다. 세계적 학자들과 종교 철학 과학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토론한다.
1994년 모임의 주제는 ‘인간의식’. 신경학전공 생리학박사, 실험심리학자 등 여러 연구가가 참여해 잠 꿈 죽음등에 대해 폭넓은 토론을 펼쳤다. 파리 국립과학연구센터 소장인 생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가 토론의 전 과정을 기록해 책으로 펴냈다. 인식과 정신의 다양한 소재를 과학과 불교철학이라는 상반된 도구로 풀어내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작업이 사뭇 흥미진진하다.
책에 소개된 몇가지 대화.
신경학자: “뇌파 연구에 따르면 수면 패턴은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각 단계를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달라이 라마: “불교에서도 ‘잠의 청정’을 정점으로 하는 4단계의 수면 과정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이 네가지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만 나타납니다.”
심리학자: “서구의 임사(臨死)체험에 대한 보고를 보면 죽은 사람은 자신의 몸을 본 뒤 터널을 빠져나가 죽은 가족들과 재회합니다.”
달라이 라마: “그것은 꿈에 더 가까운 일이 아닐까요? 죽은 사람들은 벌써 다른 존재 영역으로 환생했어야 합니다. 그들이 생전 모습 그대로 임사체험을 한 사람과 만날 수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체계를 걸어온 서구와 동양의 정신이 단숨에 합일할 수는 없는 일. 편저자는 “두 세계의 다리를 놓는 작업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거대한 프로젝트의 사전작업으로서 두 세계 사이의 어려운 문제들을 정확히 제시하는 일 역시 가치있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