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천주교 "'조상제사 금지' 참회합니다"

  • 입력 2000년 11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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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9∼11일 경남 양산 정하상 바오로 영성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한국 천주교회 과거사 반성문제 등을 논의한다.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사목연구소 산하 역사신학위원회가 제출한 한국교회 과거사 반성문건을 검토한 뒤 합의가 이뤄지면 A4용지 2장분량의 담화문 형식으로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발표시점은 총회 직후가 유력한 가운데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12월 3일(대림 첫주일)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담화문은 개별사건을 구체적으로 지칭하지는 않지만 조상제사 금지, 병인양요, 안중근 의사 의거의 ‘살인’ 규정, 신사참배 허용 등에 대해 포괄적인 참회의 뜻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 대희년을 맞아 3월 12일 전세계를 향해 가톨릭 교회가 2000년 역사에서 잘못한 일에 대해 고백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구해 교회 안팎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각 지역교회의 과거사 참회가 이뤄졌고 한국천주교는 3월 열린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에서 사목연구소 산하에 ‘역사신학위원회’를 설치해 이 문제를 다루도록 했다.

교회사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역사신학위원회는 8월 14일까지 4차례 회의를 갖고 한국 교회사에 관한 제반논의를 진행한 뒤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성찰 문건’을 작성, 최근 주교회의에 전달했다.

역사신학위원회는 당초 박해시대, 개항기, 일제강점기, 해방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등 모두 4개 시기로 나눠 연구를 진행해오다 7월 24일 3차회의에서 발표내용은 개별사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한국전쟁이후 현재시점까지 반성의 시기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권위주의 정치체제하에서의 교회, 경제 성장주의 등 오늘날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까지 검토대상에 포함됐다.

위원회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민족(전통)문화적 측면 △정치사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 △교회의 자시쇄신 등 5가지 주제로 나눠 문건을 작성했다. 반성의 주체은 ‘현재의 우리’로, 반성 문건의 수신자는 ‘우리 민족’으로 규정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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