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e주부]性고민 가슴앓이 "수다로 풀자구요"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56분


“40대 주부입니다. 불감증 때문에 잠자리를 하는 것조차 두려워요. 정말이지 밤이 무섭습니다.”(ID 광례)

“임신 6개월째입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 남편은 부부관계를 전혀 하지 않고 잠자리에서 포근하게 안아주던 것도 그만뒀어요. 이제는 신경질이 나고 실제로 못하는 행동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합니다.”(ID chk)

주부사이트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의 ‘행복한 성을 위한 수다잔치’라는 아지트(동호회방)에 올려진 성(性)에 대한 주부들의 고민들이다.

◇권태기-불감증등 토론-조언◇

주부들의 성에 대한 관심이 인터넷을 만나 햇볕아래로 나오고 있다. 여성전용 사이트에 개설된 성문제 관련 게시판이나 대화방이 자신의 부부관계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불감증, 부부관계의 횟수, 남편의 외도, 권태기 등의 주제가 ‘주부들의 저녁식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반찬’.

44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아줌마닷컴의 ‘행복한 성을 위한 수다잔치’를 관리하는 이정혜 기획팀장.

“기혼여성들이 게시판과 채팅을 통해 자신의 성경험을 털어놓는다. 부부관계의 횟수에 대해서 ‘일간’‘주간’‘월간’‘격월간’‘계간’‘휴간’‘폐간’ 등의 비유를 들어 다른 주부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다른 주부도 자신과 횟수면에서 별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여성사이트 마이클럽닷컴(www.miclub.com)의 ‘아줌마들이여 모여라’ 동호회 안에도 ‘아름다운 성 이야기’라는 전용 게시판이 개설돼 있다. 평상시 궁금했던 성에 대한 질문 등을 올리면 ‘내공’이 높은 주부들이 답을 해주는 방식.

매주 두 번씩은 정기채팅을 통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익명성 보장…대화 자유로워◇

최근 토론에 붙여진 주제는 남성의 ‘크기’콤플렉스. “고민많은 남자들은 공중 목욕탕 가는 것도 꺼려진다더라” “주사를 맞거나 수술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더라”는 얘기들이 오갔다. 결국은 “여자들이 느끼는 건 크기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결론지어졌다고.

동호회 시솝인 김선영씨(28)는 “성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주부들이 자신을 드러내며 경험을 털어놓는데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공간에서 한층 자유롭게 대화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분석.

◇남편들도 클리닉 참여◇

주부들의 저녁식사에 때로 남편들이 초대되기도 한다. 하루 1만 페이지뷰를 기록할만큼 주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성클리닉’코너를 열고 있는 주부전용사이트인 주부닷컴(www.zubu.com)은 남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남편들이 고백한다’ 게시판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한 남자회원(ID bug)이 부인과의 ‘오럴섹스’에 대한 바람을 솔직하게 올렸다고. 이에 대해 한 주부회원(ID cosa)은 “우리 또래 주부들의 경우 ‘변태적 행위’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아도 자연스럽지 않다는 감정이 지배적”이라며 부인과 솔직한 대화를 해볼 것을 권유했다. “저의 경우에는 이 문제에 대해 E메일을 통해 남편과 간접적으로 얘기했다”고 조언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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