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라이프]자칭 '또라이' 유석호사장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38분


“전 ‘또라이’로 삽니다.”

㈜타운뉴스(www.townews.com) 사장 유석호씨(32)의 첫마디.

“아무리 인터넷으로 국경 없는 세상이 되면 뭐하냐? 너, 우리 동네 어느 한식집이 갈비탕 제일 맛있게 끓이는지 알아?”

사업 아이템으로 지역정보를 잡게 된 건 친구들과 얘기하다가였다. 동네 세탁소 슈퍼마켓 음식점 등 모든 업소에 대한 정보와 지역 이벤트를 전국규모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게 지난해 6월. 그러나 3월 창업 당시, 그는 비웃음을 샀다. 3명이 창업을 하면서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40평짜리 사무실공간 두 개층, 모두 80평을 얻은 것. “셋이 운동회해도 되겠네.”

그는 말했다. “3개월 안에 사무실을 꽉 채울테다!”

▼돈키호테 기질▼

대학 1학년 때 학교 테니스동아리에 들면서 처음 라켓을 잡은 그는 즉시 마니아가 됐다. 동료들과 테니스경기를 하느라 시험에 밥먹듯 빠졌다.

2학년때는 수업 도중 갑자기 테니스가 치고 싶어졌다. 강단쪽에 문이 하나밖에 없는 2층 강의실. 그는 창문을 열고 4m아래로 뛰어내려 발목을 심하게 접질렀다. 압박붕대를 칭칭감고, 테니스화를 붕대 아래에 또 묶고 그는 테니스를 쳤다.

4학년때는 자동차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부러져 4주간 입원해야 했다. 회장기테니스대회가 열리던 기간. 그는 병원을 탈출, 경기를 보고 왔고 병원은 ‘뒤집어졌다’.

“또 그러면 쫓아내겠소.”

그는 다음날 결승전을 보고 와서 병원을 옮겼다.

▼주당 1000만원▼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한다, 무조건!”

그를 비웃었던 사람들은 창업 3개월 뒤, 사무실에 15명의 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지역정보를 제공할 대리인 300여명을 모집하고 교육시키며 계획에 따라 사업은 착착 진행됐다.

▼손정의 사건▼

지난해 12월, 그는 회사의 주식을 액면가의 120배인 6만원에 공모했다. 그는 일일이 투자자들과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회사가 120배로 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사기혐의를 겨우 벗었다.

그런데 2월 13일 타운뉴스가 한 경제지에 낸 광고 때문에 주위사람들은 또 한번 아연실색했다. “2000년 주식가치가 한 주당 1000만원이 되지 않으면 건 돈의 두 배를 물어주겠다. 단 1000만원이 넘으면 베팅한 돈은 불우이웃을 위해 쓰겠다.”

증권가의 큰 손들이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야한 체크무늬 양복을 입은 신사가 007가방에 1만원짜리 현찰을 채워 들고와 “당신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등 사채업자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20일. 주식공모를 끝내고 그는 밀린 신문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 이사들을 불러모았다. 시간은 오후 5시. “당장 모든 신문사에 전면광고 실을 수 있는 지 알아봐!”

소프트방크 손정의사장이 방한, 다음날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 그의 작전은 ‘손정의사장님 보십시오’라는 신문 전면 광고를 싣고 다음날 무작정 신문을 들고 기자회견장으로 뛰어들어가 투자상담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두 일간지에서 지면을 내줬고 직원들은 다음날 신라호텔 행사장으로 잠입한 뒤 손사장의 비서에게 신문을 내밀었다. “읽어주시오!”

그 소동을 피웠으나 결국 그는 소프트방크의 투자제안을 거절했다. “너무 유명한 돈이어서 너무 짰습니다.”

1991년 대학졸업후 1994년 중국 유학길에 올라 현지에서 여행사를 차리기도 하고, 한때 로비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96년에는 테니스라켓 제조사 ‘웨이브엑스’를 세워 국내 유명브랜드로 키운 뒤, ‘지금은 돌아와 거울 앞에서’ 벤처기업을 하고 있는 그의 지론은 명확하다.

“모든 게 실현 가능한 인터넷시대는 ‘또라이 짓’을 해야 돈이 벌립니다. 또라이들이 판 치는 세상엔 점잔빼는 사람이 또라이지요.”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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