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꼭 가고 싶었는데…" 영락보린원생 우울한 하루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40분


"올 어린이날에는 엄마랑 꼭 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는데…."

5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영락보린원. 4년전 부모의 이혼과 할머니의 병환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어 이 곳에 오게 된 이모양(11)은 풀죽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근교의 놀이공원이나 위락시설을 찾아 맘껏 동심을 펼친 이날 이곳에 맡겨진 이양 등 80여명의 어린이들은 어느때보다 우울한 하루를 보내야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함께 소풍을 가기로 한 후원자들을 기다리며 TV를 보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온 어린이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이 나오자 부러움에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일부 어린이는 매년 어린이날만 되면 행사치레 차 방문하는 외부인들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4년전 이곳에 맡겨진 이모양(10)은 "평소에는 '고아'라며 이상하게 쳐다보다가도 괜히 어린이날이라고 몰려와 선물을 주고 행사를 하는 게 오히려 싫다"고 말했다.

1939년 평북 신의주에서 설립된 뒤 6·25전쟁으로 서울에 자리잡게 된 보린원을 거쳐간 아동의 수는 모두 1000여명. 우성세(禹聖世)원장은 "4일에도 서울시로부터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세 살난 아동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직도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아무런 죄없는 어린이들이 버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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