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30인 청년시절 조명 "나는 이렇게 꿈 키웠다"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문인은 어떻게 문학의 꿈을 키웠을까.

편운문학상운영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편운문학상 10주년’ 기념문집에는 쟁쟁한 시인과 평론가 30인이 문학청년기를 돌아본 ‘수상자들의 문학세계’가 실려 있다. 이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기는 드믄 일.

시인 박덕규의 비법 아닌 비법은 ‘투고하라, 그러면 길이 열린다’다. 당선과 상관없이 ‘완성품’을 만들어 검증받는 단련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평론가 임헌영은 월간지에 나오는 작품을 읽고 평을 써둔 뒤 다음호에 실린 월평과 일일이 비교하는 도상훈련의 효능을 강조했다. 평론가 김윤식은 시들해진 문학열정을 되살려준 ‘캐넌 리뷰’ 같은 미국 문학계간지의 뛰어난 수준을 소개하고 있다. 평론가 유종호는 영어 학습용으로는 서머싯 몸이, 문학 상식용으로는 올더스 헉슬리의 작품이 요긴하다고 귀뜸한다.

이들이 문학의 길로 이끌린 계기도 흥미롭다. 평론가 유종호와 임헌영은 나란히 중학교 시절 접했던 월북시인 정지용의 아름다운 시에 매료됐다고 고백한다. 시인 김광규는 20대 후반 인생 고해(苦海)에 빠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이제하는 다섯살에 자기를 개숫물통에 쳐박은 아버지에 대한 외디푸스 콤플렉스가, 마종기는 황동규 김병익 정현종 같은 친구들의 우정이 결정적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쟁쟁한 평론가들 대개가 학창시절에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꾸었다는 정황 증거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임헌영씨는 아예 ‘비평가란 창작의 낙제생에 다름 아니다’고 적었을 정도. 언젠가 내처 루신(魯迅)의 ‘광인일기’를 백번쯤 읽고난 뒤 직접 쓰겠다고. 그보다 더 좋은 문장수업은 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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