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구성애 아줌마의 어린이 아우성'

  • 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구성애 아줌마의 어린이 아우성' 한소진外 지음/구성애 감수/김명수 커뮤니케이션 그림/석탑 펴냄/213쪽 8500원▼

초등학교 3학년 한궁금군. '둥근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축축한 팬티에 어안이 벙벙.

초등학교 3학년 나소중양. 배를 움켜잡고 발을 동동 "엄마! 빨랑…". 아슬아슬한 바통터치에 '휴우~' 한숨쉬며 눈 돌리니 휴지통에 웬 피묻은 휴지? 아픈(?) 엄마 걱정에 눈물이 글썽.

뭐 이 정도야 아이 붙잡고 앉아 차근차근 설명해 주신다구요? 그럼 이런 질문은 어때요?

"엄마, 성관계가 뭐에요?" "아빠, 옆집 형아가 그러는데요. 여자들은 남자가 몸을 만져주면 무조건 좋아한다면서요?" "엄마, 수정이 뭐에요? 사람 이름이에요? 사정은 사오정 동생인가~"

사실인즉슨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요?' '남자는 왜 서서 오줌을 싸요?' 이런 고전적 질문에도 얼굴이 홍당무가 되신다구요~

어떻게 무슨 얘기를 해줘야할 지 막막하고 그저 쑥쓰럽기만 하시다면 슬며시 이 책을 내밀어보세요. 총천연색 만화책이라 아이들도 아마 좋아할 거에요.

이 책은 아름다운 성이야기 전도사 구성애 아줌마의 어린이 버전 성교육서에요.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 그동안 성교육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저학년들을 위해 딱!이죠.

사춘기 몸의 변화에서부터 남녀의 연애감정, 생명의 잉태와 탄생, 그리고 음란물과 성폭력까지. 아이들이 궁금해 할 모든 것,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다 담겨있어요. 게다가 올바른 남성관과 여성관을 갖는 방법까지 알려줘요. 나중에 커서도 쓸데없는 편견일랑 갖지 말라구요.

얼마전에 초등학생 자매가 동네 아저씨한테 지속적으로 성폭행당한 뉴스 보셨어요? 그 자매가 이 책을 보았더라면 좀 더 일찍 그 아저씨 혼내줄 수 있었을텐데요….

아 참!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엄마, 아빠가 먼저 읽기에요~! 책 속 주인공 한궁금군과 나소중양이 내 아이라 생각하고 찬찬히 읽어보세요. 아이들과 대화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거에요.

혹시 궁금군처럼 아빠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겨드랑이에 까만 실을 붙이거나, 혹여 소중양처럼 아빠 팬티 터진 앞섶을 꿰매어 놓았다고 아이들 야단치지 마시구요~.

김경희<동아닷컴 기자>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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