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의 비즈북스]'IT 경영전략'

▼'IT 경영전략'토머스 데이븐포트 외 지음/ 21세기북스▼

전사적 자원 관리를 중심으로 공급 사슬 관리, 고객 관계 관리 등에 정보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IT(Information Technology) 경영전략’이란 기업의 전산화를 위한 전략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말.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정보 기술에 관한 최근 동향은 과거와 몇 가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통합화 추세다. 재무, 인사, 생산, 영업 등 부서별로 각각 관리되던 정보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둘째, 정보 기술의 역할이 단순 데이터 관리에서 고도의 문제 해결(solution)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셋째, 기술 환경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보 기술을 아웃소싱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보 기술 도입은 이제 더 이상 일부 전산 관계자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업 전체 차원에서 검토되고 결정되어야 하는 경영자들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이 책도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최고 경영자들이 주도적으로 정보 기술 전략을 이끌고 가야만 투자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경영 저널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논문 중 정보 기술에 관한 여덟 편의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정보 기술 분야의 대가인 토머스 데이븐포트와 리처드 놀란 교수를 비롯해 다수의 학자와 컨설턴트들이 주요 저자들이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BP(British Petroleum, 영국석유회사), 미국 콘티넨탈 은행의 성공 사례를 통해 제시되는 정보 기술의 아웃소싱 방안과 최근 우리 나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전사적 자원관리, 즉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도입에 관한 대목.

특히 리엔지니어링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데이븐포트 교수는 ERP 도입과 관련해 경영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몇 가지 오류를 정확히 지적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ERP 도입이 실패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영자들이 ERP 도입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ERP 도입과 관련된 사업 전략, 조직 구조, 기업 문화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진국 기업을 대상으로 개발된 ERP 시스템을 우리 나라 기업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전략이나 조직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간 정보 기술과 관련해 전산 관계자들을 위한 책들은 많았지만 일반 경영자들을 위한 책은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보 기술을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경영자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dhlee@www.cuk.ac.kr